친윤·지역맹주·동갑내기 인연
패자 출혈 우려에 “함부로 경선 안 돼”
‘윤심 논란’ 재현될 가능성도
D-8…제3 후보 등장은 변수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열흘가량 남은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놓고 당 일각에서 ‘추대론’이 거론되고 있다. 경선을 거치지 않고 특정 후보에 힘을 실어 ‘경쟁 없는 선출’을 하자는 목소리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김학용(4선·경기 안성시) 의원과 윤재옥(3선·대구 달서구을)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본격적으로 접점을 넓히는 가운데 추대론이 등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추대론은 김·윤 의원 모두 당 내 주류인 친윤 중진이라는 점에서 친윤계 일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는 선거에서 동일 계파의 주자가 정면으로 맞붙을 경우 패자 측 출혈이 크다는 우려다.
두 의원 모두 지역 맹주란 점도 고려되고 있다. 김 의원은 안성시에서 4선을 한 국민의힘에서 찾아보기 드문 수도권 중진 중 한 명이다. 18~20대 총선 내리 3선을 한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석패했으나, 이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4선에 올랐다. 경찰 출신 윤 의원은 19대 총선 새누리당에서 대구 달서구을 공천받으며 정계 입문했다. 총 12석이 있는 대구에서 주호영(5선)·김상훈(3선) 의원과 함께 몇 안 되는 3선 중진이다.
한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누가 되든 지는 쪽은 당장 지역 여론부터 달래야 할 것”이라며 “함부로 경선을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류 계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당이 혼란스러운 시기면 당 내 선거에서 추대론이 곧잘 등장했다. 격변의 비대위 체제를 겪고 나서 치러진 국민의힘 직전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도 ‘주호영 추대론’이 거론됐다. 이번 선거는 3·8전당대회를 통해 꾸려진 친윤 성향의 김기현 지도부와 함께 내년 총선을 준비할 원내대표를 뽑는데, 두 의원 중 누가 되든 친윤 원내대표란 점이 불씨가 됐다.
두 의원의 동갑내기 인연도 거론된다. 두 의원은 정치 입문 시기나 과거 계파 등에서 접점이 없었지만 1961년생 동갑내기 정치인들이 모인 ‘소띠 모임’에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뿐 아니라 지자체장 등 원외 인사들도 함께 하는 오래된 친목모임으로, 김 의원은 모임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원내대표 후보군에 거론됐으나 불출마 의사를 밝힌 김태호 의원, 정책위의장에 임명된 박대출 의원도 멤버다.
이에 이번 선거를 놓고 당에선 “이례적일 정도로 조용한 선거”라는 반응이 나온다. 과거와 달리 네거티브를 찾아볼 수 없어서다. 달라진 분위기에 투표권을 가진 동료 의원들도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다만 추대론이 언제나 힘을 받는 건 아니다. 불필요한 경쟁 대신 단일대오를 구축하자는 취지지만, 당의 역동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 전당대회에서 ‘윤심(尹心) 논란’을 겪었던 국민의힘으로선 “원내대표에도 윤심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반발을 살 수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그런 논란이 생기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제3 후보의 막판 등장 가능성도 남아있다.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당시 입당 8개월차였던 비윤계 이용호 의원이 주호영 추대론을 깨고 출마를 선언했는데, 전체 표의 40%에 해당하는 42표를 얻어 ‘친윤에 대한 견제구’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친윤 색채가 상대적으로 옅은 윤상현(4선·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원내대표 후보 등록은 4월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지며, 선거는 7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