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 비판에 금융사 사외이사 머릿수가 줄었다 [머니뭐니]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수차례 거절당했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추천인물들에게 사외이사직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며 씁쓸히 전했다. 정부가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며,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자 사외이사직 고사 릴레이가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 24일까지 이어지는 금융지주 주주총회 슈퍼위크에선, 사외이사를 찾지 못해 빈 자리로 남은 곳도 있어 눈길을 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주주총회에서 총 7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KB금융지주는 3명,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2명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렸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8명을 재선임 후보로 추천했으며 사외이사가 11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3월 새로 선임된 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를 제외하고 10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모두 끝난 가운데 6년 임기를 채운 박안순 대성상사 회장, 개인 사정으로 사외이사를 그만둔다고 밝힌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 등 두 명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이같이 금융지주 이사회 규모가 변화하는 데에는 수장 교체의 영향도 있지만, 사외이사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균적으로 7000만원~1억원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고 건강검진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그럼에도 최근 금융권 이사회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사 내부통제 기능의 한 축으로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각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을 만나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 통제 미흡으로 인한 대형 금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며 “내부통제 체계를 경영진에게만 맡겨놓으면 성과 우선주의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져 이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사회의 역할이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사외이사에겐 부담이다. 최근 정기 이사회 표결 과정에서 반대표가 단 한 차례에 그치는 등 독립적인 이사회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를 맡길 정도면 각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저명한 인사들”이라며 “하지만 수천만원 연봉을 받겠다고 당국과 사회적 비판을 무릅쓰고 사외이사직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겠느냐”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이사회 거수기 논란이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기이사회 안건들이 사전에 보고되거나 결의를 얻는 거라 논쟁할 만한 이슈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계획 승인과 같이 경영진과 이사회간 이견이 보일 수 있는 안건의 경우 충분한 토의가 되도록 이사회 개최 전에 간담회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면서 “안건 통과비율, 반대의견 비중 등에 의존해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을 운운하는 지적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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