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컵 씻기도 힘들고, 손님들도 별말 없으니 그냥 쓰는거죠.”
식당에 가면 무심코 받는 종이컵. 테이블마다 종이컵을 쌓아놓은 식당이 태반이다. 하지만 일회용 종이컵은 현재 식당에서 쓸 수 없는 품목이다.
종이컵뿐 아니다. 플라스틱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의 일회용품도 모두 사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는 식당이나 카페가 많다.
실제 현장에서 들어본 이유는 다양했다. “귀찮아서”, “불편해서”, “저렴하니까” 등이다. 그런 이유들로 또 식당과 카페에선 매일 수많은 일회용 쓰레기가 쏟아진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와 중구, 영등포구, 강서구 일대의 음식점과 카페 다수를 살펴본 결과 테이블마다 수저통과 함께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쌓아둔 음식점들이 다수 포착됐다.
카페 역시 음수대 옆으로 일회용 종이컵이 무더기로 쌓아두기도 했다. 아이스음료는 다회용컵, 뜨거운 음료는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기도 했다.
업주나 직원들도 대부분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종이컵은 아직 괜찮은 거 아니냐”, “계도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서울 강서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사실 다회용컵이 있지만 계도 기간이 끝나는 11월부터 사용할 예정”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현재 종이컵을 포함, 일회용품은 식당이나 카페 내에선 쓸 수 없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카페와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은 작년 11월 24일부터 종이컵·플라스틱빨대·젓는 막대 등을 쓰면 안 된다.
다만, 오는 11월 말까진 단속 및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참여형 계도 기간’으로 정했다. 그러다보니 식당이나 카페도 이를 악용하는 셈이다.
실제 서울환경연합과 전국의 제로웨이스트샵, 시민들이 함께 40일 간 전국 점포 1409곳을 무작위로 방문, 일회용품 사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절반 이상의 매장(59.76%)이 일회용품 규제를 어기고 있었다.
특히 복병은 종이컵이었다. 음식점 726곳 중 314곳(43.25%)는 다회용 컵 대신 종이컵을 식수용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카페에서도 물을 마시도록 비치한 식수용 종이컵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곳이 160곳(27.13%)로 나타났다.
물을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는 종이컵의 경우 봉투형이나 고깔형만 허용된다. 일반 종이컵은 사용할 수 없다.
업종별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어긴 비중은 카페(74.9%)가 음식점(48.2%)보다 많았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홍서영 씨는 “법을 만만하게 보고 어기는 것 아닌가 싶어 허울뿐인 규제가 아닌가 의심된다”며 “법을 잘 지키는 다른 업주들에게 불공평한 처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업종과 규모 품목에 따라 규제가 되고 안 되는 곳, 계도 기간이 다른 등 획일성 없고 안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과태료 등 규제 없으니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많지만, 계도 기간부터 바꿔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