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주가가 10만원을 바라보는 지점까지 올라갔을 때 주식을 샀는데 지금 5만원대, 6만원대에 턱걸이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15일. 이날 경기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 54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약세에 머물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를 향해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시장의 핵심 분야로 손꼽히는 시스템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주식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막연한 투자보다는 당장의 실적 개선이 주가 반등을 위해 효과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53% 오른 5만9900원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5만 전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정부는 2042년까지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이곳에 300조원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Fab) 5개를 구축하는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규모 투자 발표에 그간 지지부진하던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큰 반등 없이 장중 최고가 6만300원을 찍은 후 다시 하락, 결국 ‘5만 전자’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1월 9만6000원까지 오른 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다 5만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예상 보다 낮은 주가 반응 이유에 대해 증권업계는 장기 투자의 추상성을 꼽았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년간 300조원’이라는 투자 계획은 너무 장기적이고 구속력이 없는 막연한 숫자”라며 “이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 연간 40조~50조원의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반등 계기로서는 (이번 투자 발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는 581만4080명에 달한다. ‘600만’ 개인 투자자들의 주가 부진에 대한 불만은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나타났다. 일부 주주들은 “주주 환원에 대한 이사진 의지 부족이 주가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내에서 정기 배당을 지급한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로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2년 기준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반도체 불황 개선과 삼성전자의 가시적인 실적 개선 없이는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가 부진은) 1분기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투자 고수 정책을 버리고 감산 등을 통한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4조4625억원, 영업이익 2조26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17.1%, 영업이익은 83.9% 급감한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 분야까지 불황이 이어지면서, 지난 분기에 이어 실적 악화 폭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