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유소협회 서울·세종·울산에 동시 집회
집회에서 알뜰주유소 정책 철회 요구
“정부가 일방적으로 알뜰주유소 밀어줘”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알뜰 주유소를 우대하는 차별 정책으로 일반 주유소들은 사지에 내몰려 있습니다.”
전국 주유소 사업자들이 서울과 세종, 울산에서 동시에 시위에 나섰다. 석유제품 안정화 취지로 도입된 알뜰주유소가 시장경쟁 원리를 훼손하면서 일반 주유소들이 위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실제 알뜰주유소 도입 이후 10년 동안 사라진 주유소 개수만 2000개에 달한다.
한국주유소협회는 17일 오전 8시를 시작으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울산 한국석유공사에 차례로 ‘알뜰주유소 정책 철회’ 집회를 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주유소협회 회장단 및 전국 주유소 사업자들이 참여했다. 집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릴레이 1인 시위, 기획재정부·한국석유공사 앞에서는 50여 명이 참석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주유소 사장들을 거리에 내몰 정도로 알뜰주유소는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운영 및 관리는 농협, 한국도로공사 등이 맡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가 정유사와 2년 단위 계약을 맺고 최저가 입찰을 통해 확보한 석유제품을 공급받는다. 자연스레 알뜰주유소 제품 가격은 기업이 운영하는 주유소보다 ℓ당 최대 100원 저렴하다. 알뜰주유소로부터 손님을 뺏기지 않고자 기존 주유소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제품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업계의 지속적인 알뜰주유소 정책 개선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고유가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알뜰주유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회원 주유소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주유소가 유류세 인하분을 마진으로 수취했다고 지적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 인하 당시 알뜰주유소에만 하루 먼저 유류세 인하분을 공급해줬다. 알뜰주유소에만 인센티브 형식으로 유류세 인하분을 보상해줬다”고 덧붙였다. 1만원에 육박하는 최저임금, 전기차 보급 확대 등도 주유소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이미 문을 닫는 주유소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019년 1만1499개였던 전국 주유소 개수는 지난해 501개 줄어든 1만998개에 머물렀다. 한국주유소협회는 2012년부터 10년 동안 총 2000개의 주유소가 경영악화로 폐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휘발유‧경유 도매가격 공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의 휘발유‧경유 도매가격을 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하는 것이 골자이다. 정부는 고유가 시대 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주유소 간 출혈경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악재가 계속되자 주유소들은 변신에 나서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고자 셀프주유소로 전환하고 미술품을 전시하는 등 복합문화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악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주유소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알뜰주유소를 밀어줌으로써 주유소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