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대안금융’으로 떠올랐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온투업·P2P)가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급작스런 파산이 각국 금융업권의 유동성 위기를 보여준 만큼, 국내에서도 건전성이 악화된 업권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담보대출 취급 온투업체 건전성 악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9개 온투업체들 중 연체율이 공시 의무 기준인 15%를 넘긴 핀테크는 다온핀테크, 오아시스펀드, 투게더펀딩 등 3곳이다.
그중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다올핀테크로 이 회사의 지난 2월 말 기준 연체율은 23.35%다. 오아시스펀드의 연체율은 18.88%였으며 투게더펀딩의 연체율은 17.01%에 해당한다. 투게더펀딩은 국내에서 잔액 기준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온투업체다.
연체 채권 중에는 일부 법적조치가 진행 중인 채권도 존재한다. 매각예정인 채권의 경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법적 소송까지 넘어간 채권의 경우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투게더펀딩의 연체채권 중에선 법적 조치나 소송을 진행중인 채권이 50억원 규모에 달했다.
한 온투업 관계자는 “법적 소송을 마치고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돌려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온투업체들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건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국내 49개 온투업체들의 누적 대출금액은 6조4372억원에 이른다. 이중 부동산담보대출의 비중이 68%로 총 4조3773억원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의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주택 경기가 악화하자 부실 채권이 연쇄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지난 연말 2금융권이 대출 창구를 거의 폐쇄하다시피 하면서 저신용자들이 추가 대출을 찾아 온투업으로 옮겨간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지난해 말 조달금리가 치솟으며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에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취약 차주들이 온투업체로 몰려간 것이다.
P2P도 한때는 '혁신금융'…중소기업 자금줄 역할하는 온투업체도
온투업체는 출시 초기 대안·혁신금융으로 주목받았다. 물론 아직까지 ‘연체율 0%’를 기록하며 대안금융의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는 온투업체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만을 취급하고 있는 ‘NICE abc’다. 중소기업을 위한 매출채권·어음·법인신용 대출만 취급하고 있는 NICE abc는 연체율이 0%다. 동시에 기업을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에게 부동산담보대출을 제공하는 소수의 온투업체가 금리 추가 인상 기조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온투업체를 중심으로 집중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최선이고, 아직 폐업 위기에 처한 온투업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투업자는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한다. 다른 업권의 경우 최대한 많은 충당금을 쌓아 건전성을 관리하지만 온투업체의 경우 법령이 정한 자기자본을 갖추는 구조로 건전성 악화를 예방하고 있다. 또 신용대출의 경우 개인투자자는 최대 3000만원, 소득 적격 개인 투자자는 최대 1억원까지만 투자를 가능하도록 해 위험성을 관리한다. 담보대출의 경우 각각 최대 1000만원, 1억원까지 가능하다.
한 온투업체 관계자는 "챌린저뱅크 등 새로운 대안금융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온투업체도 처음엔 대안금융으로 손꼽혔다"며 "제도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현재 온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