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300조원을 투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미래 먹거리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만 치우쳐 있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초대규모 투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진정한 1등’을 달성하겠다는 핵심 카드로 평가된다.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정보의 처리·연산을 담당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자율주행 솔루션 등에 탑재된다.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래 반도체 시장의 관건은 시스템반도체가 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70%가 시스템반도체, 30%가 메모리 반도체로 구성돼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2025년 4773억달러로 메모리 반도체(2205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3%에 그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의 70~80%를 독점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자는 대만 TSMC다. 시스템반도체는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으로 나뉘는데, TSMC가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8.5%, 삼성전자는 15.8%를 점유했다. 격차가 상당하다.
팹리스 분야에서도 한국의 영향력은 미비하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팹리스 매출에서 한국에 본사를 둔 팹리스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미국(68%)은 물론, 대만(21%)이나 중국(9%)에 비해서도 한참 뒤처져있다.
이에 이번 투자를 통해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Fab)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한 소부장, 팹리스 기업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는 메모리-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팹리스-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 밸류체인과 국내외 우수 인재를 모으는 기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AI반도체용 4나노 공정, 차량·가전 반도체용 레거시 공정의 개방을 대폭 확대하고, 매출 1조원 팹리스 1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아울러, 전력·차량용·AI 반도체 등 차세대 유망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에도 2030년까지 3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 24조원 규모의 생산·연구거점 민간 투자가 이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후(後)공정을 의미한다. 그간 설계, 생산에 비해 각광을 받지 못했지만, 반도체 기술 혁신이 한계에 다다르고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패키징 역량이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패키징 시장이 2025년 649억 달러(약 85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직 패키징 시장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1위 대만의 ASE가 30%, 2위인 미국의 앰코가 15% 등을 점유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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