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최근 아파트 매입을 계약한 직장인 K(39)씨는 매도인의 사정 때문에 7월에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 현재로선 특례보금자리론이 4%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하지만 은행 직원에게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7월 잔금을 치를 때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소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에선 5%대 중반 금리에, 더 적은 한도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어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소진될까 조마조마한 예비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4%대 고정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해당 상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서다. 사정상 하반기에 대출을 받아야 하거나, 하반기에 집값 저점을 예상하고 거래를 준비 중인 일부 예비 차주들은 “대출을 못받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하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해당 상품의 소진 속도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특례보금자리론 한 달만에 40% 넘게 신청…하반기에 소진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특레보금자리론은 접수 한 달 만에 17조5000억원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는 연간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원의 44%에 달하는 수준이다.
44%라는 숫자가 공급액 기준이 아닌 신청액 기준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빠른 소진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첫 출시된 지난달 30일, 당시 0.1%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던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모바일 앱 ‘스마트주택금융’은 접속 지연이 이어졌다. 당시 6~8%대까지 치솟은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대환대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실제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는 시중은행의 현 주담대 금리보다 현저히 낮다. 8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신한·농협)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3~6.39%에 해당한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이 4.15%(10년)~4.45%(50년), 우대형의 경우 4.05%(10년)~4.35%(50년)의 금리가 적용된다. 여기에 우대형 상품의 경우 저소득청년·신혼가구·사회적 배려층의 우대금리를 중복 적용하면 최저금리가 3.25%~3.55%까지 낮아진다.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을 받는다고 해도 금리 하단이 시중은행 대비 38bp(1bp=0.01%포인트), 금리 상단은 194bp나 더 낮은 것이다.
이에 현재로선 특례보금자리론이 최선의 선택지로 꼽힌다.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면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70%(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80%)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특례보금자리론의 비교우위를 높이는 요인이다.
주금공 “많이 안정화”…MBS 추가 발행은 당국 협의 필요
문제는 현재가 아닌 하반기에 주택구입을 예정하고 있는 예비 차주들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대출 시점보다 두 달 전에 신청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출이 신청되면 신규고객의 심사기간은 40일이 걸린다. 대출은 심사가 끝난 뒤 30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 대출을 미리 당겨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제약 조건이 있는 셈이다.
이에 특례보금자리론이 소진될까 불안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잔금 날짜를 이미 7월로 계약한 K씨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갔지만 “지금 받지 않으면 금방 소진될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 잔금 날짜가 7월이라면 6~7월에 대출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특례보금자리론 재원이 남아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의미다. 상품이 출시되고 한 달이 조금 지난 현재,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신청됐기 때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오프라인 공급처인 SC제일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특례보금자리론이 풀리자 그동안 대출을 기다려왔던 실수요자들이 몰렸고 실제 9억 이하의 매물이 많이 소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속도라면 하반기에는 소진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금공은 현재 소진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주금공 관계자는 “매일 주의깊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초반에는 대기수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지만 현재는 추이가 많이 안정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만약 1년이 지나기 전에 특례보금자리론이 모두 소진된다면 추가 공급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대출 재원을 조달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주금공 혼자서 뭘 할 수 있는 상품의 성격이 아니다”며 “현 정권의 금융 정책의 성격이기 때문에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