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집값 빨리 반영” 아우성까지...특례보금자리론, 한 달만 17.5조 신청[머니뭐니]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 구입이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30일 오후 서울시내 SC제일은행 한 지점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박자연 기자]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면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의 신청금액이 출시 한 달만에 17조원을 넘어섰다.

특례보금자리론이란 차주들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일반형 연 4.15~4.45%, 우대형 연 4.05~4.35%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며, 신규주택 구입 뿐 아니라 전세보증금반환이나 기존 대출 대환 등도 가능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도 받지 않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이에 특례보금자리론 주택가격 시세 산정 기준인 KB부동산에 집값 하락 반영을 재촉하는 등 실수요자들의 호응이 뜨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소득 관계없이 집값 9억 아래면 5억까지 대출...8만명 몰렸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7일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한달만에 7만7000명, 17조5000억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당초 공급 목표였던 1년간 39조6000억원의 44%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청자금 용도는 높은 금리 대출을 갈아타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에 기존대출 상환(4만2000건)이 5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규주택 구입(2만9000건)은 37.2%, 임차보증금 반환(6000건)은 7.9%를 차지했다.

HF공사 관계자는 “기존대출의 이자부담을 줄이고자 하시는 분들 외에도 부동산 경기상황 등으로 주택구입을 망설이시던 분들이나 전세가격 하락에 따라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 등 다양한 분들이 특례보금자리론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층·저가주택 거주 등 경기 둔화에 취약한 분들이 특례보금자리론을 많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주택가격 6억원 이하 두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자는 4만9000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63.3%를 차지했다. 저소득청년·신혼부부·장애인·다자녀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해 우대금리를 신청한 사람도 1만1000명으로 14.8%였다.

전체 신청자의 소득과 주택가격 분포를 살펴보면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가 4만6000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약 60%를 차지했다. 부부합산 3000만원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도 8261명으로 10.8%를 차지했다.

6억원 이하 주택의 신청건수가 5만5000건으로 전체 신청건수의 72.3%를 차지한 가운데, 3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신청한 경우도 1만4000명으로 18.5%를 차지했다.

아울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신청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수도권 69.8%, 지방(비수도권) 30.2% 비중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비해 특례보금자리론 신청금액은 수도권 62.4%, 지방(비수도권) 37.6%이었다.

HF공사 관계자는 “금리인상·경기둔화 등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이 서민·실수요자 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은행권과 긴밀히 협의하여 대면채널을 확대해 나가는 등 보다 많은 분들이 손쉽게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집값 떨어졌으니 반영해주세요" 시세 하락 조정 요청 이례적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 시세 산정 기준이 되는 KB부동산에 가격 하락 조정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통상 자산 가치의 증식 등을 위해 시세의 상향을 요청하는 게 일반적인데, 대출 요건을 맞추기 위해 시세 하락을 요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을 받기 위해서는 실제 매수한 금액과 KB시세(우선 적용) 요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즉 실제 거래 금액과 KB시세가 9억원 이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소득이 1억원 이하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대형’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또한 실거래와 시세 모두 6억원을 밑돌아야 한다.

이에 계약을 한 뒤, 잔금 납부 전까지 시세 조정 신청을 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KB부동산은 ‘시세 의견 등록’을 받는데, 조정 의견이 들어온 경우 재조사를 진행한다. 한 매수 수요자는 “KB시세는 높았지만 원하는 구간에 실거래가 있었고, 호가도 시세보다 낮아 계약금 납부 후 KB에 시세 조정을 해달라는 의견을 남겼다”며 “요청을 진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받아들여졌고 덕분에 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시세가 특례보금 기준인 9억원을 웃돌았지만 2월 들어서 9억원 아래로 조정된 단지도 목격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수명산파크 1단지 전용 84㎡는 1월 9억4000만원에서 2월 8억9000만원으로 시세가 하락했다.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도 같은 기간 9억2000만원에서 8억9667만원으로 조정됐다.

KB부동산 관계자는 “매주 중개사 등을 통해 실거래 조사를 진행하는데 특이점이 없으면 거의 유지가 되고, 조정 의견이 들어온 경우에는 해당 단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9333만원으로 2021년 5월(9억9833만원) 이후 21개월 만에 10억원 선이 무너졌다. 1월(10억1333만원)과 비교했을 때 2000만원(-2.0%) 하락한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21년 6월 10억원을 돌파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7월(10억9291만원) 정점을 찍은 뒤 고꾸라져 7개월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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