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SM)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도 격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주총에서 기관투자자의 표심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프로듀서와 대척점에 섰던 표심이 유지될 경우 이번 주주총회에서 카카오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하이브와 이 전 총괄 역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혀 주주총회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이 가결되는데 국내 자산운용사와 국내외 연기금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10곳의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주주총회 의결권 기준 에스엠 주식을 총 596만주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스엠 전체 발행주식 수는 2316만주로 전체 주식의 25.7%에 달하는 주식이다.
이중 찬성표는 328만주로 얼라인이 제안한 ‘감사 곽준호 선임의 건’에 찬성한 주식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대 주식 수는 150만주, 불행사 주식 수는 116만주였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시 주주총회에 출석 주주 803만여주 가운데 653만여주가 해당 안건에 찬성햇다.
해당 자산운용사들은 공모펀드 혹은 상장지수펀드(ETF) 구성 종목으로 에스엠을 편입하면서 의결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이 5%를 넘지 않아 공시되지 않았지만, 소액주주 중 다수를 차지해 의결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연기금 역시 얼라인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에스엠 발행 주식 수의 6.3%를 보유했던 국민연금은 감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3.4% 지분을 소유했던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관리청(NBIM)도 얼라인의 편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민연금은 8.96%, KB자산운용은 5.12% 에스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노르웨이중앙은행은 작년 말 기준 3.62%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컴투스와 얼라인은 각각 4.2%, 1.1%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자산운용사의 에스엠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공모펀드와 ETF를 통해 일정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입장에선 지난해 ‘반(反) 이수만 진영’에 쏠렸던 기관투자자 표심이 올해도 이어지길 기대해야 한다. 의결권 행사는 지난해 결산일 기준 주식 보유량으로 결정돼 현재 보유한 4%가량의 지분과 공개매수로 얻을 지분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카카오-에스엠 현 이사진-얼라인’ 연합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 대리인으로 6곳을 선임하는 등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로선 하이브가 의결권 확보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전 총괄 지분을 인수하며 의결권을 위임받았고, 현재 이 전 총괄이 소유한 지분 역시 하이브 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지분이 20%에도 못 미쳐 여전히 기관투자자 표심이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 표심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이 조기종료됐고 하이브 역시 지배구조 개선 의사를 적극 피력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앞서 미국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SM같이 훌륭한 회사가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에 굉장히 오랫동안 슬퍼했던 사람”이라며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서 지배구조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현재로선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직접 운용과 자산운용사 위탁 운용으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위탁운용 지분의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자산운용사가 각사의 기준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한다.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운용사의 표심이 갈릴 경우 ‘불통일 행사’될 가능성도 있다.
KB자산운용은 경영권 분쟁 초반 현 이사진 우호 지분으로 평가됐지만 내부에선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에스엠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해당 지분을 밸류운용실에서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각 펀드 별로 나눠져서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각 펀드매니저의 의견을 취합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현재 상황에선 검토된 바가 없다”며 “주주 이익,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