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월 140만원으로 어떻게 살아?” 연금에만 노후 맡길 수 있겠나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현재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140만원 미만으로 은퇴 후 최소 생활비의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연금 부담은 늘고 있지만, 부족한 연금에만 노후를 맡길 수 없다는 불안감에 조기에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들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연금을 받는 고령자 중 절반이 생업을 이어가고 있어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노후소득 기반 확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하는 55~79세 고령인구는 370만3000명으로, 5년 전 대비 4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 중 일하는 자의 비중은 절반(49.7%)에 달해 5년 전보다 5.9%포인트 늘어났다.

결국 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는 현실로 실제, 국민기초연금, 개인연금 등을 모두 포함한 공·사적 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2인 기준 138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2021년 말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조사한 ‘은퇴 후 최소 생활비’ 월 216만원의 약 64%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에 연금을 조기에 수령하면 연금액이 줄어 손해를 봄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일찍 연금을 타려는 신규 조기 수급자가 늘고 있다. 최혜영 국회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조기노령연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는 2019년 5만3607명에서 2020년 5만1883명, 2021년 4만7707명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5만9314명으로 20% 가까이 증가했다. 조기노령연금 누적 수급자도 매년 신규 수급자가 쌓이면서 2019년 62만8832명, 2020년 67만3842명, 2021년 71만4367명, 2022년 76만5342명 등으로 증가했다.

조기 수령과 함께 은퇴 이후 재취업이 어려운 고령자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선택한 것은 창업이다. 2017~2021년 15세 이상 전체 자영업자 수는 3.2%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1.4%나 증가했다. 특히, 2021년 60세 이상 자영업자 10명 중 9명(87.2%)은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60세 이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 대비 2021년 22.9% 늘었는데, 이는 전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율(2.3%)의 약 10배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월평균 영업이익이 최저임금(주40시간 기준 174만5000원)보다 낮은 소상공인 비중(2019년 기준)이 60세 이상(53.6%)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노인빈곤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경련은 전망했다. OECD 인구 전망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고령사회)에서 20%(초고령사회)까지 도달하는 국가별 소요 기간 비교에서 한국은 7년으로, OECD 조사대상 37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OECD 조사대상 37개국 중 가장 높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의 경우 한국은 2026년 OECD 평균(30.7%)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은퇴 후 월 140만원으로 어떻게 살아?” 연금에만 노후 맡길 수 있겠나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연합]

한편, 한 달에 590만원 이상을 버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국민연금 보험료가 오는 7월부터 3만3300원 오른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산정기준인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을 553만원에서 590만원으로, 하한액은 35만원에서 37만원으로 상향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민연금이 역대 가장 낮은 연간 수익률인 -8.22%를 기록, 1년간 손실금만 80조원에 육박해 국민들의 국민연금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