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 트라팔가 광장에서 열린 철야 시위에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현수막을 들고 있다.[AFP]
23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 트라팔가 광장에서 열린 철야 시위에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현수막을 들고 있다.[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등 서방은 전세계적 ‘반(反)러 진영’ 형성을 기대했으나, 예상과 달리 러시아 편에 서거나 중립 입장인 국가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이 1년을 넘겼음에도 진영 규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유엔 회원국들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찬성 141표, 반대 7표, 기권 32표가 나왔다. 지난해 3월 유엔에서 동일한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의 찬성 141개국, 반대 5개국과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기권에서 러시아 편으로 갈아탄 국가가 두 곳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상은 둘로 갈라지는 대신에 산산조각이 났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광대한 중도파는 러시아의 침략을 유럽과 미국에 국한된 문제로 보고, 제3자의 입장에 머물러있다”면서 “(전쟁을)실존적 위협으로 보기보다는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보다 집중해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경제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전쟁 초기 서방세계가 취한 경제 제재는 러시아가 전쟁을 이어나갈 수 없게 만들 정도로 강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주도로 37개국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하며 러시아 금융 시스템의 기반을 뒤흔들었다. 러시아가 조만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왔었다. 항공기용 예비부품과 전자제품용 반도체 등 핵심 수입도 차단됐고 수백 개의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전쟁 1년이 지난 현재, 서방의 제재는 그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파괴적이지 않았다. 워싱턴 비영리단체인 실버라도 정책 액셀러레이터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몇몇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그 격차를 메웠다.

NYT는 중국과 튀르키예를 지목했다. 중국산 자동차와 반도체가 서방 제조업체들의 공급을 대체했고,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와 교역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인도와 러시아의 무역이 전쟁 이전과 비교해 400% 증가했다. 지난 6주 동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남아공을 포함한 아프리카와 중동의 9개국에서 환영을 받았는데, 남아공 외무장관인 나레디 판도르는 그들의 만남을 “훌륭하다”고 환영했고 남아프리카와 러시아를 “친구”라고 불렀다

이처럼 개전 초기 잠시 고전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와 무역을 이어가면서 러시아 경제가 무너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도 러시아의 경제가 번창하지는 않지만,전쟁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강하다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러시아 경제가 올해 0.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치인 -2.3%보다 크게 개선된 수치다.

WP는 “이 전쟁은 깊은 세계적인 분열과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윌리엄 구메데 ‘민주주의 웍스’(Democracy Works)재단 이사장은 “남아공, 인도, 브라질 등 상당수 국가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자유와 독재 사이의 대결이 아니다”라고 WP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