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매입 의무화’ 양곡관리법, 여야 입장차 팽팽

與 “쌀 생산 초과” 野 “시장안정”…尹 거부권 확실시

양곡관리법이 뭐길래… [이런 정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양곡관립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정치권이 시끄럽다. 법안 내용은 단순하다. 쌀값이 많이 떨어졌을 경우 정부가 쌀 매입을 법으로 의무화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정부의 재량 판단 개입 여지가 컸다. 철학 대립은 첨예하다. 정부와 여당은 ‘시장주의’에 반한다는 것이 반대의 주요 이유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민생안정’이 핵심 가치다. 이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기정사실화 해두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핵심은 쌀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시장격리)해 추가적인 쌀 가격 하락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준은 쌀 가격이 전년 대비 5%이상 하락하거나, 쌀 수요에 비해 초과 생산량이 3%이상일 때다. 김진표 의장은 여기에 ‘초과생산량 3~5%’ 또는 ‘쌀값 하락 폭 5~8%’로 조정안을 내둔 상태다. 또 수정안은 시장격리 의무 예외조항(벼 재배면적)으로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쌀을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해둔 상태다.

이양수 국회 농해수위 여당 간사는 “의장 수정 권고안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안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부에 시장격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인데 전략작물 직불제 등에 지원될 돈이 쌀 매입에 들어갈 것이고 이는 농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방향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개정 양곡관리법이 기존 법 체계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기존에는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초과 생산량을 매입할 수 있다’고만 돼 있었으나, 개정안은 ‘매입하게 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재량은 줄이고 대신에 쌀 매입을 법으로 규정해 쌀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문제는 많다. 정부가 쌀 가격 하락을 떠받칠 경우 초과 생산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9월 ‘쌀 시장 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양곡관리법이 개정될 경우 과잉 생산량이 확대되고 이로 인한 재정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또 수매에 드는 예산이 2022년 5559억 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연평균 1조4042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쌀 생산 시 정부가 안정적으로 수매를 해주니, 농가 입장에선 ‘벼농사 재배’ 지역을 줄일 유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농가 입장에선 민주당의 ‘의무매입 확대’에 환영하고 있다. 양곡관리법이 입안된 지난해 8월 기준 쌀 가격은 20kg 기준 4만2522원으로, 2021년(5만3535원)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정부가 쌀 가격 조사를 시작한 1977년 이후 45년만에 최대폭이다. 그러나 정부는 쌀 매입에 소극적이었고, 의석수가 과반인 민주당은 ‘의무 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

문제는 가뜩이나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여타 작물 대신 쌀에 대해서만 ‘가격 보정’을 할 경우 쌀 가격 하락에 따른 자연적인 쌀 재배면적 축소는 보다 더뎌질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장 역할’을 정부가 막아 정부의 세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20년 사이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향해 “농민에게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더라도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