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소주 업계의 양대 산맥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무설탕 소주’ 맞대결이 펼쳐진 지 오는 9일로 한 달이 된다. 초반 판매량과 주가상승률을 놓고 봤을 때 롯데칠성 ‘처음처럼 새로’가 하이트진로 ‘슈거프리 진로’를 앞섰다.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판매 열풍을 일으킨 ‘처음처럼 새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상승 리스크로 악화될 뻔했던 롯데칠성의 작년 실적을 ‘어닝 서프라이즈’로 반전시킨 ‘1등 공신’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로슈거 진로’ 출시 다음 날인 지난달 10일부터 전날까지 주가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2.41%(16만1500원→16만5400원)를 기록한 롯데칠성이 1.95%(2만5600원→2만6100원)를 기록한 하이트진로에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
그동안 롯데칠성 주가는 물가 인상에 따른 원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 인상에 제한이 발생했던 점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로 필수소비재인 식료품 지출까지 감소된 영향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이 때문에 지난 3일 종가까지 롯데칠성 주가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작년 실적이 발표됐던 6일에만 주가가 6.37% 오르며 하이트진로에 극적인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매출(2조8417억원)과 영업이익(2228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13.4%, 22.3% 증가했다.
특히, 하이트진로에 밀려 큰 격차로 뒤처진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던 소주 부문의 성장이 눈에 띈다. 작년 소주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481억원)나 증가했고, 지난 4분기에만 소주 매출액이 전년 대비 26%나 늘었다. 작년 9월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가 주류 사업 전반의 실적을 견인했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9월 24억원이던 ‘처음처럼 새로’의 월 매출액은 작년 12월 76억원으로 확대됐고, 올해 1월에는 93억원까지 늘었다”며 “4월 중 ‘처음처럼 새로’ 페트(PET) 제품이 출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칠성의 소주 매출·점유율 상승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새로’의 첫 달 판매량은 680만병으로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의 두 배가 넘었다.
향후 롯데칠성 주가 역시 ‘처음처럼 새로’를 비롯한 소위 ‘제로 슈거(무설탕)’ 제품군의 확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처음처럼 새로’만으로도 롯데칠성이 올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음료·주류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성장 모멘텀이 롯데칠성 주가에 유효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