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아파트 26건 경매 진행
삼성 아이파크 53억, 도곡렉슬 43억
업계 “예년보다 많은 물량 나와”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정부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각종 규제를 풀고, 최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까지 실시했지만 예비 매수자들의 반응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수십억대 강남 고가 아파트들 마저 줄줄이 경매 시장에 나오면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여파가 번지는 모양새다.
31일 법원 경매정보와 네이버부동산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 26가구에 대한 경매가 진행 중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강남구에서 진행된 경매가 59건인데, 유찰이 많고 신건도 추가돼 연초임에도 30건에 육박한 경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기준 예년에 비해 많은 물량이 경매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남구에 나와있는 아파트 물건은 20억원이 훌쩍 넘는 고가 아파트가 주를 이룬다.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45㎡는 52억9000만원에 경매 시장에 나왔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대치동 개포우성 1차 전용 136.9㎡는 40억9000만원에, 같은동 대치우성1차 전용 125㎡ 30억10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34㎡는 43억4000만원에 경매가 등록됐으며 삼성동 진흥아파트 전용 207㎡은 45억원에 나와있다. 이밖에 60억원대 감정평가를 받으며 경매 시장에 등장한 압구정 신현대(전용 183.41㎡)는 이날이 매각 기일이었으나 채무자 경매개시결정 이의 소송으로 경매 진행이 잠시 중단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강남 3구로 묶이는 서초구와 송파구도 아파트 경매 물건이 각각 15건, 4건이 올라온 상황이다. 특히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2016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감정가 42억원으로 한 차례 유찰된 뒤, 이날 최저 33억6000만원에 2번째 입찰이 진행됐지만 또 다시 유찰됐다. 다음 기일에서는 20억원대로 가격이 내려간다. 잠원동 신반포 아파트 전용 137㎡도 39억6500만원에 경매가 시도됐지만 유찰됐고 31억7200만원에 다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송파구에서도 가락금호아파트, 삼환가락아파트 등 10억원대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 나와있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이같은 고가 아파트의 경매 시장 등장이 역전세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십억원대 아파트의 경우 전세 문제보다는 시장 불황이 이끈 결과라 분석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 아파트의 경매 시장 등장은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면 늘 나오는 패턴”이라며 “전세가 나아지더라도 불황이 계속되면 앞으로 이같은 경매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