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요건·DSR규제 없앤 특례보금자리론 곧 출시
9억이하 주택 비중 상위권 노도강, 현장은 ‘잠잠’
중개업소 “너무 조용해…매수세가 아예 없다”
‘낮춘 금리도 비싸다’는 심리도 작용했다는 해석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소득 요건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없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가 다가오면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에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면 최대 5억원까지 4%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매수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오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접수가 오는 30일부터 시작되지만 노도강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의 분위기는 잠잠하다.
부동산R114 분석 결과 특례보금자리론 대상 9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 비중은 전체의 34%다. 그 중에서도 노원구는 전체의 81%가 시세 9억원 이하로 집계돼 서울 내 1위였다. 도봉구는 전체의 80%로 2위, 중랑구(78%), 금천구(76%), 강북구(74%) 등의 순이었다. 이에 노도강을 비롯해 수도권 저가 주택들을 중심으로 급매물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와 상관 없이 ‘여전히 조용하다’는 반응이다. 노원구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특례보금자리론에도 아직 별다른 반응 없이 조용하다”고 전했고, 도봉구 창동주공1단지 인근 중개업소 대표 B씨도 “다른 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그닥 매수 문의가 늘었다는 느낌이 없다”고 했다.
강북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 C씨 역시 “문의나 거래가 늘고 이런 건 전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규제지역 해제를 비롯한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책에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매수세는 없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강북권 매물을 중개하는 대표 D씨는 “급매 문의는 많지 않고 간혹 이사계획이 있으신 분들이 찾아오시긴 하는데 그마저도 많지 않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이 상대적으로 이자가 적고 DSR규제가 없다고 해도 집값이 워낙 비싸져 있는 상태다. 직거래하시는 분들은 싸게 거래를 했는지 몰라도 실상은 많이 내려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대책 이후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커지며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 격차가 커진 것이 시장의 거래활성화를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D씨는 “여기 집주인들은 싸게 팔 생각이 없고 단지별로 매물이 많지도 않다”며 “규제 완화 영향이 있긴 하지만 일단 그냥 매수세가 없다고 보면 된다. 너무 조용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장의 분위기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의 매력이 높지 않다는 시장의 평가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과거에 비하면 낮은 건 아니다. 이자 부담은 여전한 것”이라며 “내 집 마련 수요자에게 금리 혜택을 줘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좋지만 현재 소득수준으로 이자를 감당 못 할 사람들은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온다고 해서 매수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경기가 더 안 좋아진다는 전망에 시장을 관망하는 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이 좋은 신호이긴 하지만 추후 보완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향후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현재 금리에 적응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4%대 금리는 괜찮은 편”이라며 “노도강에는 가격 매력을 높일 수 있는 매물들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급매 중심의 거래활성화는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특례보금자리론은 실수요자를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축이고 정부가 세금을 완화하고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으니 상반기 중 급매물 위주의 거래량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