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렉슬, 10건 중 7건이 ‘월세’

한 달 간 월세 27건·전세 13건

전세대출이자 부담↑·깡통전세 우려 등 원인

‘역삼래미안’도 월세가 11건으로 전세 앞서

작년 서울 임대차 계약 월세 비중 53.6%

“강남 맹모 월세 300만원 내야할 판”…매물판에 월세만 수두룩 [부동산360]
서울 남산에서 강남의 아파트 단지 등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서울 강남구 대단지 아파트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특히 강남권 주요 학군아파트인 도곡동 ‘도곡렉슬’의 최근 한 달간 전월세 거래 10건 중 7건은 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 증가, 이른바 ‘깡통전세’(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주택)에 대한 우려 등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곡렉슬은 지난달 10일부터 전날까지 한 달 동안 총 40건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가 27건, 전세 거래가 13건이었다. 약 68%가 월세 거래인 셈이다.

1000가구가 넘는 강남구 역삼동 ‘역삼래미안’ 또한 한 달 간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체결된 전월세 거래 17건 중 월세가 11건, 전세가 6건이었다.

월세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셋값은 하락하고 월셋값은 올랐다. 역삼래미안 전용면적 59㎡는 지난 5일 보증금 1억원, 월세 33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작년 9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거래되고 지난달 중순에는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된 것을 고려하면 상승세다. 반면 전세는 전용 80㎡가 전날 11억원에 거래되며 직전(지난달 초) 거래가격인 12억원보다 1억원 하락했다.

이밖에도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는 최근 한 달 간 월세 4건, 전세 2건이 체결됐고,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같은 기간 총 전월세 거래량 46건 중 월세가 28건으로 전세(17건)를 앞섰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 수요로 옮겨가는 전국적 추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등 임차인들의 불안감도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법원 등기정보과장에 따르면 작년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269만8610건 중 월세는 139만9201건으로 5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 거래 비중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40%대 초반에 머물었지만 작년 들어 급격히 올라 2010년 집계 이래 처음으로 50%를 넘긴 것이다.

수도권의 경우, 작년 임대차 계약 181만1352건 중 월세는 92만6074건으로 51.1%로 나타났다. 서울의 월세 비중이 53.6%로 수도권 중 가장 높았고 경기 49.7%, 인천 45.7% 순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세입자 주도로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전세대출이자 부담과 월세를 비교했을 때 월세가 더 저렴하다는 경제적 목적과 깡통전세를 피하기 위한 생존본능이 작용하면서 월세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금리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