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수개월 급여 등 ‘퇴직패키지’ 제공
금융권 등 타 업계 비해 퇴직금 수준 높아
해고자 80%가 3개월만에 재취업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은행보다 트위터나 메타에서 해고되고 싶다”
미국에서 빅테크를 중심으로 불던 대규모 ‘칼바람’이 금융가로 전이되고 있는 가운데, 타 업계 대비 비교적 두둑한 기술업계의 ‘퇴직 패키지(severance package)’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공정근로기준법(FLSA)상 지급되는 법정 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개별적으로 일정 수준의 퇴직금과 의료보험 보장 혜택을 묶은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높은 퇴직금과 함께 노동 시장 전반이 과열되며 재취업까지 활발하게 이뤄지자 기술업계에는 목돈을 챙기고 이직을 하려는 ‘자발적’ 퇴사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해고를 발표한 빅테크의 상당수가 해고자들에게 3~5개월 수준의 급여와 근속 연수에 따른 추가 급여를 퇴직 패키지로 제시했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길게는 6개월 동안 해고자에 대한 의료보험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직원 1만1000명에 대한 해고를 발표한 메타는 16주치에 해당하는 급여와 근속 1년당 2주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퇴사일로부터 6개월간 퇴사자의 의료보험도 유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 후 직원 절반을 감원하면서 3개월 급여를 퇴직금으로 제공했고,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희망퇴직을 받으며 퇴사자에게 급여 3개월과 근속 6개월 당 1주에 해당하는 추가 급여, 의료보험 보장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미국 기술업계 퇴직금은 많게는 수억원을 챙길 수 있는 국내 금융권의 희망 퇴직금에는 한참 못 미친다. 지난 7일 공개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급여에서 기술자 최고 연봉은 4억8000만원 수준으로, 가장 연봉이 높은 기술자가 회사를 나가더라도 수억원을 받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기술업계가 해고자에 대한 대우가 좋은 편이라는 게 노동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고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사실상 없는 상황인데다, 타 업계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퇴직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감원 작업을 하고 있는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기본 퇴직금 없이 1년 근속 당 2주에 해당하는 급여만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해고 발표를 한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5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제시하며 “우리의 퇴직금은 매우 후한 편”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집리크루터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 해고되기 가장 좋은 곳은 당신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기술 분야”라고 밝혔다.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한 매체는 현직 은행원을 인용해 “빅테크에서 해고되고 싶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면서 “그들은 은행이 전혀 주지 않은 관대한 퇴직패키지를 준다”고 전했다.
빅테크 중에서는 해고자들의 이직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선 기업도 있다. 메타와 아마존은 해고 이후 구직 과정을 회사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도어대시는 지난해 12월 직원 1250명을 해고하면서, 취업비자 문제가 걸린 직원에 대해서는 해고일을 이듬해 3월 1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토니 쉬 CEO는 “해고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가능한 많은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재취업이 비교적 쉬운 노동 시장 상황 덕분에 해고로 인한 충격이 다른 업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트위터에서는 머스크가 ‘고강도 근무’를 조건으로 퇴직 의사를 묻자 1000명이 넘는 직원이 사표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술업계에서 해고된 직원의 약 79%가 3개월 내에 새 직장을 얻었고, 40%는 구직활동 한 달 내에 이직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일자리 트렌드를 연구하는 리벨리오 랩스는 해고된 기술자의 절반 이상이 연봉이 더 높은 회사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