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어닝쇼크로 감산·투자감축 불가피 전망
“감산거부 논리, 시장지지 어려워져”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증권가는 9일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삼성전자에 대해 감산과 투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매수'를 추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기록한 잠정 영업이익률 6.1%는 2009년 1분기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감산을 거부해왔던 논리는 이제 시장의 지지를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팬데믹 버블이 붕괴되고 남은 잉여 캐파(생산능력)와 재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감산과 투자 감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설비투자 축소·감산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메모리 부문 투자 규모가 지난해 32조원에서 올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투자를 줄인다고 해도 경쟁사와 같이 전년 대비 50∼70%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는 크게 줄이지 않더라도 라인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유지 보수를 통해 전체 웨이퍼스타트(wafer start)를 줄여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로서는 경쟁사 대비 양호한 수익성 및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은 분명하다"면서도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사들과의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급에 대한 긴장감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예상보다 고객사들의 수요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실적 악화 속도가 가팔라 공급업체들의 생산조절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목표가를 유지하면서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20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재고 정점을 기록한 시점의 직전 분기부터 주가 반등이 시작됐고, 재고 정점 후 9개월간 25∼80%의 주가상승을 기록했다"며 "1분기부터 주가 반등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도 "반도체업체들의 주가는 실적 개선을 6개월 정도 선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는 분명한 매수 구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는 추세적인 상승 전환이 어렵다"면서 "현시점 적극 매수보다 이후 조정 발생 시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