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꿀벌이 집단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적 양상을 보인 가운데 여러 원인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는 벌꿀의 감소는 물론 수분이 안돼 농작물 피해로 이어진다.

곤충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디스토피아는 상상이상으로 끔찍하다. 그 전조는 고요다. 정원에선 벌의 윙소리도, 모기의 귀찮은 윙윙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귀뚤귀뚤 소리도 없다. 파랑새, 쏙독새, 딱다구리, 참새들은 날지 못하고 울지 못한다. 새끼 제비 한 마리가 성체가 되기까지는 곤충 약 20만 마리가 필요한데 어딜 봐도 곤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약 1만 종 중 절반은 이미 멸종했다.

시체를 분해하는 검정파리와 송장벌레도 사라져 사방에 생명체의 시체가 쌓이고 곤충의 수분에 의지했던 식량 생산 체계가 멈추면서 지구에서 생명체의 고통은 끝을 향해 간다.

생물학자 E.O.윌슨은 곤충이 없으면 인류는 몇 달 동안 비참하게 살다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상은 몇십 년 안에 10억 년 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박테리아, 해조류, 매우 단순한 다세포 식물 몇 가지만 살아남을 것이다.’

곤충은 인간에게 알려진 동물 종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지난 4억 년 간 다섯 번의 집단 멸종에서도 살아남았다. 인류는 곤충 없이 한 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곤충의 멸종이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덴마크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곤충이 무려 97%나 사멸했다.

환경전문기자인 올리버 밀먼은 ‘인섹타겟돈’(블랙피쉬)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을 불러올 지 모른다는 곤충 세계에 닥친 위기와 그 원인을 밝혀가며 막을 방법은 없는지 찾아 나선다.

학자들이 밝혀낸 곤충은 약 100만 종에 달하지만 대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들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딱정벌레는 인간이 파악한 종만 무려 35만 가지다. 그런데 국제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거의 모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메뚜기목 곤충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귀찮을 정도였던 크리스마스 풍뎅이는 이제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사이, 부주의와 무지 사이에서 우리와 함께 해온 곤충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식량 작물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벌, 나비, 파리, 나방, 딱정벌레 같은 곤충의 수분 작용에 의지한다. 이들을 먹이로 삼는 작은 동물부터 차례로 사라져 생물 다양성도 줄어든다.

저자는 학자들이 보고한 수많은 곤충 위기 실태를 빠짐없이 전하며, 살충제와 기후 변화 등 인간이 자초한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시도도 소개한다. 영국의 넵 농장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주도적으로 땅을 이용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중공업 중심지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오염되고 악취가 심했던 뉴욕의 뉴타운 크리크는 옥상에 목초지를 마련, 곤충들에게 낙원을 제공하고 있다.

1억2천만 년 전부터 갈고 닦은 벌의 수분 기술, 시속 322km로 턱을 움직일 수 있는 드라큘라 개미, 강력한 헬리콥터를 떨어트릴 강풍에도 공중에서 안정된 자세를 취하는 잠자리 등 곤충의 특별한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인섹타겟돈/올리버 밀먼 지음,황선영 옮김/블랙피쉬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