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작가 별세...향년 80세
철거민·공장노동자 팍팍한 삶
현실 고통속 사랑·희망 담아내
78년 초쇄 이후 올 7월 320쇄
“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씨가 25일 저녁 서울 강동 경희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난쏘공’이 1978년 6월 초판 발행 뒤 매년 쇄를 거듭해 2008년 300쇄를 찍었을 때 작가는 여전히 ‘난쏘공’의 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걱정스러워했다.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창과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고인은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해 등단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작품을 쓸 수 없었다. 엄혹한 유신시대, 악이 선을 가장하고 글이 감옥이 되는 시대에 그는 작가가 되길 포기했다.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써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어느 날 재개발 지역 철거 동네 세입자와 식사를 하던 중 철거 반들이 대문과 담을 부수며 들어온 것이다. 그날 그는 철거 반들과 싸우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노트 한 권을 샀다. ‘난장이 연작’은 거기서 태어났다.
1975년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을 문예지에 발표한 걸 시작으로 ‘뫼비우스의 띠’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등 연작 12편을 묶어 낸 게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난쟁이 일가족을 통해 산업화 시대 철거민과 공장 노동자 계급의 팍팍한 삶과 고통을 그린 ‘난쏘공’은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과 희망을 담아냈다. 당시 비평가들로부턴 그닥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책은 1980년대를 지나며 대학가 필독서로 읽히고,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전 국민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했고, 누적 발행 부수는 148만부에 이른다.
작가는 2000년도에 출판사 이성과힘에서 ‘난쏘공’을 재출간하면서 난장이 연작이 씌어지던 70년대와 반목했던 것과 같이 지금도 세계와 사이가 안 좋다고 털어놨다. “내가 작가가 안되었더라면 젊음을 다 잃어버린 나이에 자기 시대, 그리고 동시대인 상당수와 불화하는 불행한 일은 안 일어났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그는 내내 시대와 불화했다. 60대에도 그는 카메라를 들고 노동 현장과 사고 현장을 쫓아다녔다.
고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시간여행’, ‘침묵의 뿌리’, ‘하얀 저고리’(미출간) 등이 있다.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7년 인문사회 비평잡지 ‘당대비평’을 창간했다.
빈소는 강동 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 유가족으로는 최영애 여사, 아들 중협, 중헌씨가 있다. 발인은 28일.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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