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주거실태조사
수도권 PIR 8.0→10.1배로 상승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최근 수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한 여파로 지난해 기준 수도권에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간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은 지난해 한 해 동안 2년이나 늘었다. 집값이 더 크게 뛴 서울에서는 이 기간이 14년에 달했다. 다만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는 이 기간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1월까지 표본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개별 면접조사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중윗값 기준 10.1배였다. 전년(8.0배)보다 높아졌다. 이 PIR는 역대 최대치다. 1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PIR는 월급을 쓰지 않고 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PIR가 8.0배에서 10.1배로 늘었다는 것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내 집을 마련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8년에서 10.1년으로 길어졌다는 의미다.
수도권 PIR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넘게 6.7∼6.9배 수준에 머물렀으나 집값이 급등한 2020년 8.0배로 뛰었고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PIR는 2020년 12.5배에서 14.1배로 뛰었다. 데이터의 중간값인 중위수 기준이 아닌 평균으로 따져보면 지난해 서울 PIR는 15.4배까지 높아진다.
PIR가 서울 다음으로 높은 지역은 세종(10.8배)과 경기(9.9배)였다.
반면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중(RIR·Rent Income Ratio)은 소폭 감소했다.
전국 기준 RIR는 15.7%(중위수 기준)로, 전년(16.6%)보다 줄었다.
수도권 RIR 역시 18.6%에서 17.8%로 감소했다.
다만 서울의 RIR는 2020년 21.3%에서 지난해 21.6%로 증가했다. 월소득 중 21.6%를 임대료로 쓴다는 뜻이다.
지난해 주택 자가보유율은 2020년과 동일한 수준인 60.6%였다.
수도권 자가보유율이 53.0%에서 54.7%로 올랐지만 지방 자가보유율이 감소세를 보인 결과다.
'영끌' 매수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자가보유율은 2008년(56.6%)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가 보유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자가점유율은 57.3%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자가점유율은 2019년(58.0%) 이후 2년 연속 하락했다.
생애 첫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7.7년으로, 2020년과 같았다.
2010년 8.5년을 기록한 뒤 2014년부터 6.9∼7.1년 사이를 오갔지만 2020년 들어 큰 폭으로 기간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