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야간, 여성은 휴일 낮 당직 서는 농협은행
“남성이 현저하게 불리하다 보기 어려워”
“여성들 야간에 갖는 공포심 간과할 수 없어”
“여성 의견 들어 회사 상황 맞게 근무 편성해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 은행 직원이 남직원만 야간 숙직을 하는 것이 차별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을 시정해달라 진정했지만 기각돼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인권위 결정이 여성편향적이고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결정문 들여다보면 회사와 근로자들의 자율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하라고 하고 있다.
인권위는 농협은행 IT센터에서 당직근무 편성 때 여직원에게는 주말과 휴일 일직을, 남직원에게는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 남성에 대한 불리한 대우이고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진정에 대해 최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농협은행의 근무 편성 방식이 성차별적이라고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주문에서 "여직원의 숙직 근무 확대와 관련해 여성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동조합과 협의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차별까지는 아니라고 본 이유는, 농협은행이 남직원은 야간 숙직을, 여직원에게는 주말·휴일 낮 일직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 것이다. 야간 숙직은 저녁 8시에 관내 순찰하는 것을 빼고는 주말·휴일 일직과 근무 강도가 거의 비슷하고, 근무시간 역시 야간 숙직이 1시간 정도 더 서는데 4시간의 보상 휴가를 준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남성에 대해 현저히 불리한 대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근무 방식이 남성에게 현저히 불리하지 않다면 여성이 야간에 갖는 공포를 배려해 남성이 야간 숙직을 서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인권위는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야간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매우 형식적이고 기계적 평등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다만 남성만 야간 숙직을 서는 상황 자체가 근본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해 여성을 배제하는 논리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들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 구분 없이 당직근무를 편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남성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권위 결정문을 올리자 "내가 본 판결문 중에 가장 논리가 없네, 심지어 내용 안에서도 모순이 있음" "인권위의 수준을 보여주네, 초등학생 애들이 봐도 얘네 뭐라는 거냐? 이러겠다" "남자는 뭐 공포 두려운 감정들 못 느끼는 불구들인 줄 아나" "숙직이 현저히 더 어렵지 않으면 여성도 같이하면 되지" "어이가 없네" 등 수백개의 비판적인 댓글들이 달렸다.
pa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