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0개 서울 초교 31개

스쿨존에서 1개뿐인 학교도 308개교 ‘절반’ 수준

서울시 “이면도로는 설치 어려워…과속방지턱 대체”

양방향 도로도 과속 차량 단속 어려워

‘민식이법’에도 장비 설치 의무 개수 명시 없어

무인 단속카메라 설치 개수별 서울 초등학교 수. [서울시 제공]
무인 단속카메라 설치 개수별 서울 초등학교 수.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청담동 스쿨존 어린이 사망 사건’으로 학교 앞 안전 문제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서울 초등학교 중 무인 교통단속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학교가 30곳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과속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무인 교통단속장비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설치가 법률상 의무로 돼 있지 않은 탓이다.

8일 헤럴드경제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중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가 0개인 학교는 31개교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에 총 606개교의 초등학교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5.1%에 달한다.

다만 서울시는 “학교 주변이 이면도로라서 스쿨존에서 무인 단속카메라를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는 인접 도로에 설치했다”며 “이 외에도 장비를 달기 위한 전봇대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면도로의 교통량이 너무 적은 구간에는 카메라를 설치해도 실효성이 낮아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8일 서울 성북구 우촌초등학교 정문. 학교 정문 옆에 아파트주차장 출입로가 있다. 해당 학교 정문에는 무인 단속카메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철 기자
8일 서울 성북구 우촌초등학교 정문. 학교 정문 옆에 아파트주차장 출입로가 있다. 해당 학교 정문에는 무인 단속카메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철 기자

실제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서울 성북구 우촌초등학교의 경우 무인 단속카메라는 한 개도 없었다.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영향으로 학교 정문 바로 옆에는 주민 차량이 오가는 주차장 출입로가 있었다. 학교 정문부터 200m 정도 거리가 급경사인 탓에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과 아파트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차량 간 충돌위험성도 충분히 있어 보였다.

해당 학교에서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학교 정문 앞 인도 넓이가 좁아 학생들이 걸어 올라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며 “아파트 바깥으로 나가는 차량의 경우 내리막길을 운전해야 해서 학생들에게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 무인 단속카메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가 1대뿐인 초등학교는 308개교로, 절반을 넘는다. 대다수 학교에 정문과 후문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이들의 주 출입로에서 교통위험을 단속할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의 경우 무인 단속카메라가 정문에만 있고 사고가 발생한 후문 주변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가 2대인 초등학교는 190개교(31.4%)였으며 3대 이상인 학교는 77개교(12.7%)였다.

지난 6일 서울 언북초등학교 후문. 해당 학교 일대에는 차량들이 양방향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김영철 기자
지난 6일 서울 언북초등학교 후문. 해당 학교 일대에는 차량들이 양방향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김영철 기자

학교 주변 도로가 양방향으로 운행되는 점도 무인 단속카메라 설치가 어려웠던 요인으로 꼽힌다. 양방향으로 차량이 오가는 경우 무인 단속카메라가 과속 여부를 측정하기 어려워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언북초의 경우 학교 주위가 양방향 도로여서 무인 단속카메라를 설치해도 과속 차량을 인식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양방향으로 오가는 차량에 대한 과속을 (카메라가) 잘 잡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무인 단속카메라가 설치 개수가 학교별로 제각각인 배경에는 법안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행속도 30㎞를 위반하는 운전자 단속을 위해 스쿨존에는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를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 시행규칙에 ‘우선적’이라는 표현이 있다. 무인 단속카메라를 스쿨존에 무조건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또 무인 단속카메라를 스쿨존 내 몇 대 이상 설치하라는 내용 역시 없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