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대신 ‘복지부와 기능조정’ 후 새 부처 신설

野 ‘여가부 폐지반대 당론’ 상황서 ‘현실론’ 작용

[단독] 與 ‘여가부 폐지’ 대신 성평등가족부 될 듯…공약 후퇴 논란 불가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에 보건복지부 일부 기능을 더해 ‘장관급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이 ‘여가부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국회 상황 등을 종합해 내린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여가부 존치·명칭은 교체=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3+3 정책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개편안 가운데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그 결과, 여가부 폐지 대신 여가부 확대 개편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부·여당 입장이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여가부 ‘기능조정’안이) 시나리오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야당도 확대개편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고 있고 야당이 제출하면 여야가 논의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도 “(여가부 폐지)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희박할 뿐 아니라 여야 대치가 극심한 상황에서 ‘협치’를 내걸고 출범하는 정책협의체에서 여가부 폐지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여가부 폐지에 부정적인 여론도 의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가동되는 ‘3+3 정책협의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책위의장, 원내수석,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위원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다. 정부조직법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법률안 처리가 협의체가 주로 논의할 사항이다. 협의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켜 정부조직 개편을 완수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0월 첫 정부조직 개편안을 공개하고 여가부 폐지를 공식화했다. 개편안은 복지부에 차관급인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고 경력단절 등 여성 고용 문제는 고용부가 관리하며, 총리실 산하의 양성평등위원회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여성정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여가부보다 규모가 큰 부처에 기능을 나눠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부처가 ‘차관급’으로 격하돼 실질적으로 여성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했고 소속 전체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여가부 폐지를 비롯해 재외동포청 신설,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 등을 포함한다.

▶尹 대통령 ‘1호 공약’ 후퇴=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대선 ‘1호 한줄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를 사실상 철회한 것은 국회 상황 및 반대여론이 적지 않다는 현실론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법안 처리를 해주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론이 ‘공약 후퇴’에 따른 후폭풍보다 앞섰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하고, 외교부의 정책 기능과 재외동포재단의 사업 기능을 통합해 외교부 장관 소속으로 두는 ‘재외동포청’도 신설키로 했다. 통상 정부조직개편안은 묶음으로 처리되는데 ‘여가부 폐지’를 지렛대 삼아 민주당이 여타 정부개편안에 대해 반대할 개연성도 있다. 이 때문에 국가보훈부 및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여가부 폐지’는 실무적으로 후퇴시킬 필요가 발생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이 발표한 ‘우주항공청’ 설립 역시 야당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우주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이 직접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주항공철 설립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데 내년 1분기 국회에 법안이 제출될 경우 이를 처리키 위해선 민주당 동의가 필수적이다.

다만 윤 대통령 ‘1호 한줄 공약’ 파기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에 20대·남성(이대남)의 표를 다수 받아 당선됐으나 정부개편안에서조차 그 공약을 지키지 않게 되면서 일부 지지율 하락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