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제조업 304개사 조사

“적극 동참해야” 긍정 인식 60%

기업 93%, 순환경제 사업 추진중

정책과제로는 “규제 합리화 시급”

서울 시내 편의점에 비치된 비닐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 모습. [연합]
서울 시내 편의점에 비치된 비닐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줄이기를 확대하는 등 순환경제 정책이 추진 중인 가운데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은 순환경제 정책목표 달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순환경제 추진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6.2%가 순환경제 정책목표 달성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73.4%는 ‘다소 부담’, 12.8%는 ‘매우 부담’이라고 답했고 ‘부담없음’은 13.8%에 그쳤다.

순환경제는 재활용 등을 통해 자원의 이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친환경 경제모델로 UN(국제연합) 지속가능발전목표,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순환경제 정책으로 ‘폐기물 재활용률 90% 이상’을 목표로 수립하고 ▷탈플라스틱(2050년)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2030년 30%)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2027년) 등을 세부 목표로 설정했다.

순환경제 정책목표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순환경제 정책목표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기업들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보다 정책 목표가 앞서고 있다”며 “세부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기존의 원료·공정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순환경제 정책에 대한 기업인식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응답기업의 51.0%는 ‘환경보호를 위해 기업 동참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신사업 및 경쟁력 강화 기회’라는 기업도 8.9%였다. 다만 ▷정부와 시민의 역할이 기업보다 우선돼야 한다(20.7%) ▷과도한 규제가 포함돼 기업활동이 저해될까 우려된다(19.4%) 등의 부정 응답도 40.1%에 달했다.

순환경제 정책에 대한 기업인식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순환경제 정책에 대한 기업인식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응답기업의 93.4%는 현재 순환경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추진계획이 있는 기업은 2.6%이었으며 추진계획이 없는 기업은 4.0%에 불과했다.

사업 유형은 복수응답 기준 폐기물 감량, 재활용 체계 마련 등 사업장 관리가 67.5%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제품 수명 연장, 중고부품 재생 등 재사용(24.3%) ▷폐자원 재활용(16.4%) ▷대체소재 사용 등 친환경제품 개발(15.4%) ▷제품 공유 및 서비스(2.4%) 등의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공급망 리스크에 따른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폐자원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업이 폐배터리·폐플라스틱 등 버려지던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사업장 관리부터 제품화까지 순환경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경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애로사항으로 ‘양질의 폐자원 확보 어려움’(29.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재활용·대체 소재·기술 부족(27.0%) ▷재활용 기준 미비(17.1%) ▷불합리한 규제·제도(14.8%) ▷재활용 제품 판매·수요처 부족(7.2%) ▷인센티브 부족(4.3%) 순으로 답했다.

특히 국내에선 양질의 폐자원을 조달하기 어려워 수거·선별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폐배터리와 달리 노트북·핸드폰 등에 내장된 가정용 2차 배터리는 반납·분리·보관 규정이 없어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용 2차 배터리에 대한 분리수거 규정을 마련하고 지역 홍보와 지자체 관리를 강화해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규제 합리화(27.0%)를 주문했다. 정부 주도의 재활용 대체기술 R&D(연구개발) 추진(20.4%)과 폐기물 수거·선별 인프라 개선(18.7%), 재활용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17.8%), 재활용 기준 마련(15.5%)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향후 10년 내 5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재활용시장에 우리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하기 위해선 규제 합리화와 기술개발, 폐자원 확보 인프라가 시급하다”며 “순환경제 사업에 대한 환경성과를 측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