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내년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점을 딛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급과잉, 수요부족, 원료부담 등의 삼중고가 해결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역대 최악의 실적 국면에 돌입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SKC·롯데정밀화학·대한유화 등 국내 주요 화학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LG화학 및 한화솔루션은 기초소재 실적만 반영)은 약 12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5%하락했다. 올해 1분기(1조6400억원), 2분기(1조2600억원)와 비교해도 뚜렷한 내리막이다. 이런 탓에 지난해 3분기부터 하락 사이클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돼 지난해 말 대비 올해 11월 15일 기준, 순수 화학 사업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19.6%), 대한유화(-23.5%), 금호석유화학(-14.3%), 롯데정밀화학(-18.9%)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반대로 LG화학은 배터리 양극재 사업 확대로,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의 흥행으로 주가가 19.6%, 41.5% 상승했다.
석유화학 기업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요인은 과잉 공급이라는 분석이다. 석유화학 대표 제품인 에틸렌의 올해 기준 글로벌 생산능력은 2억2000만t 수준으로 2019년 1억8600만t에서 꾸준히 늘어났다. 이중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각 1000만t, 2000만t 가량 집중적으로 신규설비를 증설한 데다 국내에서도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부문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이 에틸렌 생산에 신규 투자를 했다.
공급이 많은 데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가 사라지면서 수요가 줄어든 면도 있다. 지난 8월 에틸렌과 원료인 나프타의 스프레드는 t당 180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최근 20년 내에 가장 낮은 액수였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하반기부터 각국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마무리되면서 내구재용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로 원료 부담이 커진 점도 한 몫 했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 3월 t당 1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높은 수준이 유지됐다.
다만 글로벌 에틸렌 설비 연간 증가량이 올해(전망) 1171만t에서 내년에는 400만~500만t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동안 지속됐던 과잉 공급이 해소될 거란 관측이 따른다. 나프타 가격도 9월부터 t당 600~700달러대로 나프타 가격이 낮아지면서 시황이 회복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내년에도 대규모 공급이 이어져 여전히 수요 증가분을 웃돌 거란 예측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요도 추가적으로 하향될 수 있어 2023년 중반이나 하순께 업황 저점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