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후 흩어진 유가족
국가배상 소송 움직임 나와
공통분모 적어…소통 어려워
명단공개 등으로 위축 가능성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 배상을 위한 논의가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각종 홍역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 당일에 대한 진상 규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진상 규명과 상관없는 ‘희생자 명단’이 갑자기 공개됐기 때문이다. 유가족과 피해자를 보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법률 자문을 도와주는 단체는 굿로이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다.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민변은 지난 15일 비공개로 유가족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는 이달 말까지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고자 하는 유가족을 모집한다.
국가배상 소송에 나선 유가족과 피해자는 참사 당일 ‘국가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압사 사고의 징후가 있었지만 정부와 지자체·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법, 국가배상법 등에 기반해 서울시, 경찰 등에 손해배상소송이 이뤄질 전망이다.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지만 유가족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세월호 참사와 달리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함께 목소리를 낼 여건이 부족하다. 참사 직후 전국 장례식장으로 유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유가족끼리 공통 분모도 적어 쉽게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조건에 놓였다. 소송에 나선 유가족들도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미 굿로이어스 변호사는 “현재 유가족 10분이 소송 의사를 보였고 참여자가 어느 정도 모이면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며 “유가족을 돕는 다른 단체에서 논의를 함께하자는 의견이 있으면 당연히 함께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사 희생자 명단을 둘러싼 공방은 유가족을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 14일 인터넷 매체 ‘민들레’와 유튜브 채널 ‘더탐사’는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일부 유족의 항의가 잇따르자 해당 매체는 명단을 익명화하고 있다. 공개된 명단에는 외국인 희생자들의 이름도 있어 주한 일본대사관 등 일부 주한 공관도 외교부를 통해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로 상권에 타격을 입은 이태원 상인들에 대한 대책도 큰 과제로 남았다.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상권 위축으로 피해를 입는 상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이동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 등 이태원 상인회 임원들과 소상공인 지원 대책 마련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상인회 내에서도 어떤 식의 피해가 있는지,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은 무엇인지 논의를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도 수사 범위를 이른바 ‘윗선’까지가 확대하진 못하고 있다. 특수본은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관계자를 지난 15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행안부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행안부가 경찰 상황 조치에 대한 지휘 권한이 있는 지 등을 법리 검토한 후 진행할 예정이다.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