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행 처리’ 재검토 돌입
시행유예 염두 중소 증권사들 준비 미비
실제 시행되면 ‘자금 엑소더스’ 가능성
고민 깊어지는 증권사·과세당국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내년 시행 여부를 놓고 개인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의 혼란이 연일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논란과 관련 “전향적으로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여론 악화 우려에 민주당 ‘금투세 강행’ 재검토=정치권에 따르면 1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금투세 도입 등과 관련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4일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도입 강행을 추진하던 당의 기존 방침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시한 이후 전격 개최됐다. 이 대표는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을 강행해 굳이 시장에 어려움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당으로 낙인찍힐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로 이번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유예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금융시장 위축에 더해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민주당의 강행 방침에 반발하며 당사 앞 시위에 나서는 등 여론 악화가 확대되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최근 집회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2024년 총선에서 (관련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올해 초부터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1월 1일부터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2년 더 유예해 오는 2025년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반면 민주당은 금투세가 2020년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한 사안이고, 현행법에 따라 내년부터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다고 맞선 바 있다.
금투세 시행을 미루기 위해서는 세법 개정이 필수적인데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관련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 상황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되는 것이다.
▶금투세 실제 시행되면…‘투자자 엑소더스’ 가능성↑=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손익이 연간 공제금액 한도를 넘을 경우 수익의 20%(3억원 이하의 경우 20%, 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세제를 말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10여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으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국내 주식 과세 대상인 대주주 인원(1만5000명) 대비 10배에 달하는 인원이다. 여기에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까지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이들의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을 매기고 있다. 대주주를 제외한 대다수 투자자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금투세가 도입된 후에는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국내 상장 주식 기준, 기타금융상품의 경우 250만원 초과시)을 올렸다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금투세가 시행되면 관련 세수가 현재 2조원(2021년 연간 세수 기준)에서 추가로 1조5000억원가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장 내년에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긴축 여파로 코스피 월간 거래대금이 전년 대비 50%가량 급감했고, 새롭게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고액 투자자들의 경우 연말에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내년도 세금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 결정 언제쯤…투자자·증권업계 혼란 가중=금투세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과 증권업계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경우 “연말을 앞두고 주식 보유 여부나 매도 계획을 짤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만약 금투세 논란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매도 시점을 놓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나 과세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는 일단 과세 시점과 상관없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행 유예를 염두에 뒀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일부 시스템 준비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법상 적격 사모펀드 요건이나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에 대한 과세 제도도 금투세 도입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어느 쪽으로든 빨리 결정이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견증권사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 관련) 시스템 구축에만 이미 수십억의 비용이 들었는데, 추가 테스트를 진행하려면 지금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사실상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상당 부분 전산 개발을 완료한 대형증권사들 역시 향후 추가 관리 비용과 업데이트 비용을 고려할 때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대근·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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