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실제 기업들이 쓰는 대출에서는 딱 그만큼(0.25%포인트) 오르는 게 아니라 가산금리도 야금야금 올라간다. 그나마 은행에 손 벌릴 수 있으면 낫지 다른 기업들 얘기를 들어보면 돈 줄 마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이러다 흑자부도라도 날까 걱정이다.”(기계 제조업 A사)

“일감이 줄어 자금사정이 빠듯한데 돈 빌릴 구석이 없다. 식품 포장재업종이라 소비심리에 민감한데, 내년에도 경기가 좋아질 기미는 없는 것 같다. 다음달에는 직원들 월급을 걱정해야할 판이다.”(식품 포장재 제조업 B사)

자금경색이 현실화되면서 ‘돈이 안 돈다’는 중소기업계 우려는 내년 초 도미노식 연쇄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괴담’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중소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은 대체로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과 금리 부담이 크다는 것으로 나뉜다.

돈이 돌지 않는다는 불안은 특히 지방 중소건설사와 유통 관련 중소기업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중소건설사는 대개 분양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금줄이 막혔다. 설상가상 레고랜드 여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전면 중단됐다. 중소건설사의 ‘돈맥경화’는 설비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유통 분야에서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유통기업을 시작으로 소비재 제조업, 연관 부자재 제조업 순으로 자금난이 번지고 있다. 식품 제조업 C사 대표는 “지금은 ‘좀비기업’이 아니라 영업 잘 하고 있는 곳도 흑자도산 할 수 있을 정도”라 전했다.

그나마 조달한 자금도 금리 부담이 상당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87%. 지난달 기준으로는 5%를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체감금융지수’가 정부 가이드와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달 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해지며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자금과 투자, 소비가 모두 경직된 ‘트리플 악재’ 상황에서는 기업이 쥔 자금이 예년보다 더 많아야 위기를 넘을 수 있다. 자금이 제 때 돌지 않더라도 구매처, 협력사에 대금을 지불하려면 기업 자체 여력을 평소보다 50% 가량은 더 쌓아놔야 한다.

중소기업계는 신용보증 한도를 높이는 등 신용대출 여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경기 침체가 누적되면서 중소기업이 쓸 만한 담보는 다 잡혀있고, 현실적인 대안은 신용대출 뿐”이라며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 쓴다는 ‘50조원 플러스알파(+α)’를 회사채 매입 외에도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추가 출연 등으로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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