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승리 유력 속 업종별 기상도
美기업도 비판...IRA 속도조절 가능성
미중 관계 경색...中 반도체 투자 우려
친환경모멘텀 약화...태양광·풍력 ‘고심’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기를 잡을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큰 방향은 유지되겠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중간선거 최종 결과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성격을 가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 등이 철회되거나 대폭 수정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통상·외교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미국 중간선거 관련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에서 “양당 모두 중국 견제 기조를 중심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추구하고 있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IRA의 경우 세부 시행규칙 작성과정에서 배터리 소재 및 광물, 부품 수급과 관련된 제약 조건이 일부 완화되거나 시행시기가 늦춰지는 등 속도조절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1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전기차가 북미 지역에서 생산돼야 한다. 또 내년부터는 보조금을 모두 받으려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50% 이상이 북미 또는 미국의 동맹국에서 생산돼야 하며 2026년 말에는 그 비율을 8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 요건이 미국 기업들 조차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해 왔다. 지난 10월 20일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IRA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며 개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 테리 스웰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은 최근 IRA의 북미 최종 조립 규정 시행을 2025년 12월 31일까지 미룰 것을 명시한 ‘미국을 위한 저렴한 전기차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상원에서는 같은 당의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이 같은 내용의 IRA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IRA 개정 목소리가 현대차그룹 등 해외 완성차 업체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주의 의원들에게서만 나오고 있다는 점은 한계다. 미 의회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에도 불구하고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IRA 개정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현대차는 우선 IRA 시행 시점을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는 2025년 이후로 늦추도록 미국 행정부를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재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법안 발효 이전에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에 대해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한 법인에서 제조한 전기차는 북미 조립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유예기간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간선거 결과가 공화당에 유리한 상황으로 가면서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중국 사업에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화당 내에 중국을 억눌러야 한다는 기조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기를 잡는 방향으로 가면서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 역시 미중갈등의 분위기에 더욱 경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가 확대되면서 특히 국내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도 다소 불리한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내 반도체에 신규 투자를 못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통제 조치를 발표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곤란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의 절반을 중국에서 제조하는 등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편 공화당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가 우선돼야 하는데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전력 대책에 대해 전력회사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원자력 에너지 효율화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 정책 중 수력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국내 관련 산업계의 반사 이익이 예상된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관련 업계로선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화당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국방 질서를 재확립하고 미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국방비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국내 방산 업체와 항공 관련 업체들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공화당은 이번 2023년 회계연도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국방 예산안에 대해 증액을 요구해 왔다.
원호연·김지헌 기자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