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후 월요일 가게 문 연 상인들

“분위기 흉흉, 당분간 문 안 열 것”

상점 100여곳, 5일까지 애도 차원 휴점

경찰·소방에 커피제공으로 추모 동참도

지난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상점에 희생자 애도기간 영업정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상점에 희생자 애도기간 영업정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박혜원 기자] 지난 주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 후 첫 월요일부터 상점을 연 상인들은 흉흉한 분위기를 실감하며 애도에 잠겼다. 상점 100곳 이상이 국가애도기간 휴점에 동참했고, 추모방법으로 소방·경찰관에게 빵과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경찰은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전날 함께한 이태원 참사 현장 합동 감식에서 수집한 증거들을 분석 중이다. 국과수와 경찰의 합동 감식 진행 전후, 실제 참사 현장과 맞닿아 있는 상인들은 영업을 하지 않으며 경찰 통제에 협조했다. 전날 이태원 거리는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길에 폴리스라인이 처지고, 거리와 동선을 통제하는 경찰들이 곳곳을 가로막고 있었다.

지난 10월 31일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상인들 역시 하루 만에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했다.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상권이 다시 살아나려는 분위기 속 발생한 참사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태원에서 35년째 양복점을 운영해온 최모(59) 씨는 “핼러윈을 그렇게 많이 겪었는데 이렇게 큰 사고는 처음”이라며 “검색해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인데 오늘처럼 경찰들 지나가고 거리통제하고 분위기가 흉흉하니 여기까지 올까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일은 (점포 문을 열러) 안 올 거다. 언제 다시 열지 모르겠고 장사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상점가에 가죽을 배달하는 한 50대 남성은 경찰의 통제에 오토바이를 상점가에서 멀리 세워두고 가죽을 말아넣은 비닐을 들고 도보로 물건을 운반하기도 했다. 그는 “2~3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배송을 온다”며 “사고 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마음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맞은편 식당 주인 최모 씨는 “점심에 공무원들이 많이 오는데 오늘은 열긴 했지만 많이 오지 않았다”며 “상권이 이제 좀 살아나려 했는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고 여파는 참사 현장과 거리를 둔 매장에도 번졌다. 참사 현장 500m 거리 피자집 매니저 이모 씨는 “이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분위기로,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 “주말에 사람이 몰려 대기를 부탁했던 아르바이트생들도 다 취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제 와서 경찰이 통제한다고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인들은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자체 휴점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태원 상점가 곳곳엔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애도합니다’ ‘11월 5일 애도기간까지 휴점합니다’란 안내가 붙어 있었다. 평소 사람이 붐비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 역시 애도를 이유로 전부 가게 문을 닫았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5일까지는 애도 차원에서 문을 열지 않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문자를 상인들에게 보냈고, 100개 이상 업소에서 동참해줬다”며 “상인 모두가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인들 역시 다 유가족”이라며 “결국 자기네 손님이었고, 지인이었기 때문에 충격을 똑같이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당시 참사 현장을 목격하거나 구조활동을 한 상인과 종업원들도 현재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 인근 대형 스포츠매장 직원 조모 씨는 “상권 전체가 애도기간이고 분위기도 안 좋아 불도 끄고 그냥 나와만 있다”며 “오픈은 했지만 직원들도 전체적으로 다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손님이 하루 200~300명 정도 오지만 오늘은 3팀밖에 오지 않았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추모의 일환으로 전면 휴점 대신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 무료로 빵과 커피를 제공하는 방법을 택한 곳도 있다. 일반손님들에겐 판매를 하지 않지만 매장을 찾은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만 음료와 빵을 제공하는 식이다. 사고 현장 인근 빵집 직원 오모(24) 씨는 “오로지 소방관과 경찰분들에게 빵을 제공하는 의미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소방관분들은 계속 현장에 나가느라 많이는 못 오시지만 경찰분들이 빵을 사러 종종 오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료로 드린다고 하면 한사코 거절하시지만 그래도 드리면 ‘감사하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표정은 다들 지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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