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신도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
3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신도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엄마 집이 좋네요. 이제 엄마도 고생 안 하시고 잘 사시겠어요."

백혈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형을 대신해 꼭 성공하겠다던 효자 아들은 취업 후 10년여간 모은 돈으로 부모에게 새집을 사준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됐다.

지난 30일 정오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아들 A씨가 사망했다는 말을 듣고 전화금융사기인 줄로만 알았다. '꿈이면 좋겠다'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서울에 도착했지만, 병원에서 마주한 아들은 눈을 뜰 줄 몰랐다.

A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쌍둥이 형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형에게 두 번의 골수이식을 해줬지만 결국 형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가족은 병원비를 충당하다 빚더미에 앉았다.

'형 대신 꼭 성공하겠다. 20년 후에는 우리 어머니 고생 안 시키겠다'던 A씨는 열심히 공부한 끝에 로스쿨에 진학했고, 서울로 취업한 지 11년 만에 낡은 주택에서 살던 부모에게 새 아파트를 선물했다.

A씨는 어머니가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2~3일째 되던 지난 추석 집에 들러 "이제 고생 안하시고 잘 사시겠다"며 뿌듯한 얼굴로 떠났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

가족은 큰 키에 건강한 체격이었던 아들이 그곳에 쓰러졌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어머니는 "이제 입주한 좋은 아파트 내 새끼는 살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저렇게 가버렸다"며 "공부밖에 모르는 가장 착한 아들이 이 모양 이 꼴이 됐으니 내가 어쩌겠냐. 같이 따라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울먹였다. 이어 "인력을 조금이라도 더 배치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냐"며 "현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인재"라고 하소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전날 집계보다 1명 늘어 총 155명이다. 중상자는 3명 줄어든 30명, 경상자는 6명 늘어난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2명이다.

추가된 사망자는 중상자였던 24세 내국인 여성으로, 상태 악화로 이날 오후 9시쯤 사망했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