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영 앞둔 세종…그곳 가보니

반드시 같은 브랜드 찾아가서 반납

‘매장 1곳뿐’ 세종 15개·제주 11개

시민 20명 중 1명만 보증금액 알아

반납장소까지 아는 사람 한 명 없어

프랜차이즈만 대상에 형평성 논란

전국 시행·교차 반납시기 등 과제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제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기자회견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보증금제 시행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제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기자회견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보증금제 시행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아무래도 편의점에서 일회용 컵을 많이 쓰니, 편의점에 반납하면 되지 않을까요? 주민센터에 반납하면 되려나?”

세종시에서 만난 시민의 반응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12월 2일)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우선 적용되는 지역은 세종시와 제주도다.

한 달 뒤부턴 일회용 컵을 쓰면 매장에 보증금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로선 가격인상으로 오인될 수 있다. 그만큼 제도 이해와 참여가 중요한 정책이다. 헤럴드경제는 제도 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세종시를 통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준비 현황 등을 점검했다.

▶“1000원 밑이라고요? 500원? 아님 100원?”= 지난 24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점심식사 이후 카페를 오가는 직장인과 주민을 만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20~60대 남녀노소 20명에게 물어본 결과, 그중 절반가량은 보증금제의 대략적인 개념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중에도 보증금 액수, 일회용 컵 반납장소 등을 모두 정확히 알고 있는 시민은 전무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받을 때 음료값에 보증금 300원을 더 내고, 빈 컵을 반납할 때 이 돈을 돌려받게 한 제도다.

헤럴드경제가 직접 만난 세종시민 20여명 중 보증금으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300원’이라고 답한 이는 20대 여성 A씨 한 명뿐이었다. A씨 역시 일회용 컵 반납장소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소비자들은 ‘음료를 구매하고 보증금을 낸 곳과 같은 브랜드 매장’에서만 일회용 컵을 반납할 수 있다.

A씨는 “300원이란 금액이 비싼 편이란 생각이 든다. (반납해서) 돌려받으려고 할 것 같다”며 “브랜드와 무관하게 제도가 적용되는 모든 브랜드에 일회용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비자로선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예고된 제도인데…좌충우돌 누더기된 보증금제=애초 정부는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매장이라면 브랜드와 무관하게 소비자가 반납할 수 있도록 원칙을 세웠다. A사 매장에서 구매한 일회용 컵을 B사 매장에서도 받아주는 식이다. 이른바 ‘교차 반납’이다.

이미 2년 전인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면서 예고했던 내용이고, 올해 초 정부가 제도 시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안내했을 당시에도 이 교차 반납을 명시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일인 6월 10일을 보름가량 앞두고 돌연 이를 연기했다. 이후엔 ▷전국이 아닌 제주도와 세종시에만 한정해 ▷같은 브랜드 매장에만 일회용 컵을 반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축소 시행하기로 발표했다.

브랜드마다 일회용 컵 사용량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데 사용량이 적은 브랜드 매장이 다른 매장의 폐기물 부담까지 떠안는 건 불합리하다는 업주 불만을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편의보다 행정편의적 발상이란 지적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의원이 이달 초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세종·제주시의 제도 시행 대상 프랜차이즈 매장 수’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에서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브랜드는 모두 40개다. 하지만 이 중 15개는 세종에서 운영하고 있는 매장이 1개뿐이었다. 제주시는 47개 프랜차이즈가 제도 시행 대상인데 이 중 11곳은 매장이 제주 전역에 단 1개뿐이었다. 이처럼 매장이 1개만인 브랜드에서 커피를 구매했다면 해당 소비자는 보증금을 환급받기 위해 반드시 해당 매장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40대 남성 B씨는 “회사 옆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퇴근한다고 할 때 해당 브랜드가 집 근처에 없으면 다음날 출근길에 일회용 컵을 들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매장들도 반발 여전…“형평성 어긋나”=매장 입장을 고려해 애초 계획보다 제도가 대폭 축소 시행되게 됐지만 정작 업주들도 만족스럽지 못한 분위기다. 제도 적용 대상을 ‘프랜차이즈’로 한정한 것도 막상 현장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은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이다. 일회용 컵 회수 및 보증급 환급 여력이 있는가에 대한 판단을 전국적인 사업 규모로 따진 결과다.

이 같은 기준으론 프랜차이즈이지만 규모가 작은 매장은 보증금제 적용 대상이 되고,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대규모로 운영하는 매장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A브랜드 음료매장을 운영하는 이미선(54) 씨는 “소비자로서는 아무래도 보증금은 안 내도 되는 카페를 찾지 않겠냐”며 “모든 매장에 보증금제를 적용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차별을 둘 거라면 그 기준은 프랜차이즈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개별 매장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봐야 한다”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규모 있게 운영되는 매장이 몇 곳이나 되는지, 일회용 컵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등 기초자료를 먼저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상수·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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