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팔려고 내놓은 과일도 지게차도 저온 창고도 모두 불에 타 버렸다."
"거래 장부까지 타버리는 바람에 외상값이 얼마인지도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 25일 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상가 한 동이 통채 잿더미로 변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경찰 등의 합동 감식이 진행된 26일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까맣게 불타버린 삶의 터전에 가슴을 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날 발생한 큰 불로 도매시장 A-1동 천장은 곳곳에 구멍이 났고, 천장을 떠받치던 기둥은 뼈대를 드러냈다. 바람을 막던 벽면도 화재 영향인지 잿빛으로 변했다. 상가 바닥에는 화재 진화를 위해 뿌린 물이 재와 뒤섞여 검게 흘렀고, 타다 남은 감·사과 등 제철 과일과 어제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집기들이 나뒹굴었다.
23년 동안 청과상회를 운영한 박모(60)씨는 울먹이며 "감 등 제철 과일을 한참 많이 팔아야 할 때인데 불이 났다. 모두 불에 타 버려 피해 금액도 추정 못 할 정도다. 불에 탄 점포는 쳐다보지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한 청과상(64)은 "어젯밤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왔는데, 점포는 불길 속에 무너져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날 밤 매천시장 A-1동에서 난 불은 70개 가량의 점포를 태우고 3시간 반만에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 등은 이날 오전 발화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과물 구역 동편을 중심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당시 건물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상인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실제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또 건물 내부에 시너, 페인트 등 인화물질이 있었다거나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목격자 진술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 중이며 화재 원인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며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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