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출범 이후 올해 4월 기준 가입자 2232만명, 적립 기금 919조6000억원으로 성장하며 국민의 노후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을 책임지는 핵심 제도가 됐다. 그러나 국민연금 표준 소득대체율은 1988년 70%에서 최근 40%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금이 2039년 이후 감소해 2054년에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금급여의 안정성·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연금급여가 안정·지속적으로 지급되는 구조가 되려면 단순히 연금 보험료의 인상 또는 연금수급시기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책임 있는 기금운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연금재정 확보는 납입 연금보험료 외에도 기금운용수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억원을 30년간 7% 수익률로 운용하면 7억6000만원으로 성장하지만 10% 수익률로 운용하면 1억원은 17억6000만원으로 커진다.
국민연금의 운용은 단순히 수익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 보장을 위한 위험 관리 및 다양한 자산군으로의 포트폴리오 구성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산배분의 영역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의 운용 관련 의사결정 체계는 책임·전문성 면에서 아쉬움이 많다. 먼저 전략적 자산배분(SAA)을 담당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 관계자 및 이해관계자들이 추천한 2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의사결정체계는 기금운용규모가 160조원이고, 주로 국내채권으로 운용하던 2005년에 수립된 체계로서 현재와 같이 자산배분에 의한 운용의 고도화를 추진하여야 할 기금운용의 의사결정체계로는 적합한 구조는 아니다.
한국투자공사(KIC) 제도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르면, 자금을 위탁한 기관장 및 금융·투자의 민간전문위원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위원회는 공사의 자산운용에는 간섭하지 아니하되, 공사의 중장기 투자정책을 심의·의결하고, 자산운용 상황에 대한 보고 요구 및 검사 감독권을 수행한다. 아울러 한국투자공사법은 공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위탁기관은 운영위원회를 통하여 감독하는 것 외에는 따로 공사에 대하여 보고를 명하거나 자료의 요구, 검사·지시 또는 감독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고도의 자산 배분에 입각한 기금운용 체계를 구축하려면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표성이 강조된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통합하여 가칭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연금 재정 계산 등의 심의 및 기금운용에 대한 평가·감독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기금운용 조직은 책임성·전문성·독립성에 기반하여 투자 전문가들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재편하고, 위원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책임성 있게 고도의 전문적 자산배분 의사결정을 담당하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법적 구조를 국민연금보험공단이 모집한 연금 보험료를 기금운용위원회에 위탁하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를 수탁받아 오로지 기금의 수익성 증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부담하는 것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그리하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이 되는 기업에 대한 정치적 개입 오해 등도 해소될 수 있다. 책임성·전문성·독립성이 강화된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에서 강조되는 바와 같이, 오직 기금자산의 증식,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전문가로서 신의·성실하게 신인의무에 기반하여 수탁자 책임을 이행할 것이며, 여기에 다른 요인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기금 수지차 역전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 정부가 연금개혁 및 운용체계 개편의 골든타임을 실기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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