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태풍 예보에도 피해 막대”…포스코 경영진 책임 제기
포스코 “피해 축소할 이유 없어”…시, 하천 정비 영향 지적도
[헤럴드경제=원호연·배문숙 기자]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내내 물과 진흙을 퍼 날랐는데 태풍을 못 피했다고 책임을 묻겠다니 맥이 탁 풀리는 소리다. 제철소를 들어서 옮기기라도 해야 했나.”
포스코에 다니는 A씨는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철강 수급 조사단’ 브리핑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번 태풍 피해에 대해 포스코의 책임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포항 철강 산업의 피해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포스코가 피해 상황을 축소, 은폐했을 가능성을 살필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가 최정우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것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포스코는 매일 피해 복구와 철강재 수급 상황을 보고 중이며, 여러 방면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데 굳이 피해 상황을 축소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포스코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건 정상 가동 시점에 대한 예상에서 감지된다. 장 1차관은 “열연 2공장은 최장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고 스테인리스스틸(STS) 등 다른 부분도 정상화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부소장은 같은 날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열린 ‘철강 공단 정상화를 위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12월 말까지는 전 제품을 생산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번 주 안에 구체적인 복구 계획과 가동 목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쟁점은 태풍 힌남노에 의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가 불가항력의 상황이었는지 여부다. 정부는 이번 태풍으로 대규모 비 피해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예보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항제철소가 대비를 철저히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냉천의 범람으로 포항 시내 대부분이 침수된 상황에서 냉천과 바로 인접한 포항제철소의 피해가 없길 바라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포스코가 범람을 막으려면 포항제철소 3문부터 해안가까지 대규모 둑을 쌓아야 한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대부분 지역이 포스코 관할이 아니라는 게 포스코측 설명이다.
한편 포항 지역 환경단체는 지난 2012~2020년까지 포항시가 관내 하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폭우에 취약하다고 지적해왔다. 냉천 하류에 산책로와 조경, 자전거 도로를 깔면서 하천 폭이 줄었고 유속이 빨라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번 태풍으로 시간당 10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