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기계(앤드루 블룸 지음, 노태복 옮김, 에이도스)=최근 기상 예측시스템은 지역별, 동네별 상황까지 대체로 정확히 맞출 정도로 발달했다. 신의 영역이었던 날씨를 일주일 앞까지 정확히 내다볼 수 있다는 건 사실 경이로운 일이다. 과학적으로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 할 만하지만 저평가되고 수시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책은 150여 년 전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로비에 미국 전역에서 전선을 통해 올라온 현황판을 만들던 때로부터 정교한 대기 모형과 슈퍼컴퓨터, 위성으로 예측하는 현대까지 ‘날씨 기계’의 발전과정을 짚어간다. 방정식을 통해 대기의 흐름이나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려 한 대기과학자 비에르크네스, 커다란 콘서트홀에 수백 명의 계산원을 모아 놓고 전 지구의 날씨를 계산 예측하려 했던 루이스 리처드슨, 전략적 이유에서 북아메리카에 무인 기상관측소를 비밀리에 세웠던 나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룬 로켓 기술을 통한 위성 제작 등 대기과학에서 이룬 혁신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저자는 날씨 예측은 대기과학자와 위성제작자, 데이터 과학자, 관측자 등 수많은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전 지구적 협력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복잡계인 날씨를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날씨 예측의 정확성 만큼이나 소통 또한 중요하다. 저마다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일기 예보의 목적이라는 얘기다.
▶산문기행(심경호 지음, 민음사)=‘둥근 하늘과 너른 땅은 잠시 머무는 여관 같고 희화가 모는 해와 망서가 모는 달은 비탈길에 구르는 탄환처럼 흐르거늘’ . 한양 도성의 한 선비가 45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경복궁이 내려다 보이는 동네 뒷산에 올라 풍광을 보며 감흥을 적은 글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산을 찾아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산놀이에서 일어난 감흥을 시와 산문으로 적어 유산록으로 엮었다. 한문학의 권위자 심경호 고려대 명예교수가 번역하고 엮은 책은 조선 선비가 작성한 560여 편의 산행기 중 자연의 진면목을 대하며 정신의 자유를 되찾고자 한 옛 선인의 사유를 담은 65편을 엄선, 실었다. 지금은 가 볼 수 었는 북한의 명산까지 우리 산 48곳에 대해 56명이 남긴 기록이다. 내금강의 명승지인 만폭동 풍광과 승려들이 미끄럼 타며 곤두박질치는 모습에 배꼽을 잡고 웃는 박연폭포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기록이 눈길을 끈다. 무릎까지 빠지는 흰눈, 우렛소리를 내는 거친 바람의 설산을 뚫고 견여를 운반하는 모습은 서늘하다. 15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나온 책으로 기존의 문장을 모두 다듬고 이이의 ‘유청학산기’, 허균의 ‘동정부’, 허목의 ‘소요산기’·‘천관산기’ 등 주목할 만한 유산기 11편을 새로 포함시켰다. 유산기가 쓰인 명산 48곳의 위치를 표시한 전용 산 지도도 실었다.
▶7가지 코드(닐 메타 외 지음, 이정미 외 옮김, 윌북)=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덕트 매니저 3인이 의기투합해 쓴 테크기업 비즈니스 성공 바이블. 전 세계 최상위 52개 테크기업 67인의 리더들을 인터뷰해 IT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빅테크 기업 현장의 생생한 분투기와 제품 기획, 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걸쳐 노하우를 담았다. IT 격전장에서 몸으로 익힌 지식과 기술을 응축한 전략서로 분량이 630쪽에 달하지만 풍부한 사례와 스토리텔링, 알찬 정보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책은 성공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역량을 발전시키려면 제품 설계를 비롯, 경제학, 심리학, 사용자경험, 데이터과학, 법률과 정책, 마케팅과 성장이라는 7가지 코드를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플이 한때 위기에 처했던 것은 잡스가 제품 설계에 대한 판단을 잘못해서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잘못된 리더 선출로 한때 위기를 겪었다. 우버는 법률을 무시해 벌금과 소비자 보이콧 등으로 많은 걸 잃었고, 구글플러스는 사용자경험을 무시, 결국 폐쇄됐다. 소비자 심리를 읽지 못하면 애써 만든 앱도 무용지물이 된다. 성공한 제품 대부분은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령 우버는 버튼을 눌러 호출하기만 하면 정확한 위치에 나타나는 마법을 선사했다. 책은 시장에 없는 제품을 만들 것인지 기존의 제품을 확장할 것인지와 같은 기획 초기 판단부터 사용자의 어떤 욕구를 만족시킬 것인지, 사용자의 인지 단계에 따라 디자인 전략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새로운 기술을 특허 등록할 것인지 기업비밀에 부칠 것인지 등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 업무 코칭과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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