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VD사업부 MZ세대 직원과 소통

“어머니와 단둘이 5박6일 여름 휴가…코로나 안 걸렸어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원들을 만나 소독제를 손수 뿌려주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원들을 만나 소독제를 손수 뿌려주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코로나 걸렸던 사람? 어느 정도로 아팠어요? 저는 코로나는 안 걸렸어요.”(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MZ세대(1980~2010년 이전 출생)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부회장이 직접 손 소독제를 뿌려주자 모인 직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수원사업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MZ세대 직원들로부터 내년 출시될 전략제품 보고를 받고 토론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모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보낸 여름휴가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그는 “올해는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냈다. 평생 처음 어머니와 단둘이 5박6일간 휴가 보냈다”고 말했다. 싸우지는 않았냐는 직원의 질문에 웃으며 “안 싸웠다. 어머니 추천으로 드라마 시청도 했다”고 답했다. ‘어머니가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80이 안 된 노인이 아들 걱정에 ‘비타민 많이 먹어라. 맥주 많이 마시지 마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와 VD사업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다른 사업장도 순차적으로 방문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부회장의 행보는 복권 후 세 번째 경영 활동이다. 사업부장인 부회장·사장급이 아니라 제품·서비스 개발에 직접 참여한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으로, 기존 형식을 깬 행보란 평가다. 차세대 전략 제품 개발에 참여한 제품과 서비스 기획,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S/W) 개발, 디자인 등 다양한 직군의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았다. MZ세대 직원들은 각자 담당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네오 QLED ▷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차기 제품의 특징과 콘셉트를 이 부회장에게 소개·시연했다. 이 부회장이 전략 제품과 서비스와 관련해 경영진이 아닌 MZ세대 직원들로부터 보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한 직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한 직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은 이어 디바이스경험(DX) 부문 MZ 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VD·모바일경험(MX)·생활가전·네트워크사업부, 빅데이터센터 등에서 개발, 마케팅, 영업 등의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MZ 세대들의 관심사와 고민 ▷MZ 세대가 느끼는 삼성의 이미지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 ▷혁신적 조직문화 확산 방안 ▷경력 개발 로드맵 ▷회사 생활 애로사항 등을 이 부회장에게 토로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이 부회장은 한 직원의 부탁을 받고 해당 부서원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또 직원과 함께 손으로 갤럭시Z플립이 90도로 꺾이는 자세를 취한 뒤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이날 MZ 세대의 의견을 경청한 건 최근 이 세대가 각종 제품과 서비스, 일하는 방식, 보상 등 기업 활동 전반을 뒤흔드는 핵심 화두로 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자업계에서는 MZ 세대가 최근 TV, 스마트폰, 가전 등 전 부문에 걸쳐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결정하고 고급 제품 소비를 주도한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TV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TV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더욱이 삼성전자 내에서도 전체 임직원의 약 50%가 MZ 세대로 구성된 상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 문화와 제품·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날 행사로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삼성’의 방향이 일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직접 MZ 세대 직원의 마음을 읽었기에 개선점을 찾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 길에서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MZ 세대와 소통한 뒤엔 VD사업부 경영진과 회의를 갖고 TV·서비스 사업 현황과 미래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다른 사업장들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임직원들과 접촉면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 날에도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며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후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선 직원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점차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하며 참석한 직원들 모두와 1:1 기념촬영을 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