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왕국 ‘레소토’. 산악지대 특유의 기후로 큰 눈이 내려 지난달 스키·스노보드 대회가 열렸다. 적도 이남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스키장이 운영돼 ‘아프리카의 설국’으로도 불린다. 나우루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다. 세계에서 바티칸시국, 모나코 다음으로 작다. 나라를 둘러싼 해변의 길이는 30㎞ 정도다. 오가는 철새들의 분비물이 산호초·바닷물 등과 긴 시간 뒤섞이면서 화학비료의 중요한 원료인 인산염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1980년대 초반까지는 세계적 부국으로 통했다.
비교적 생소한 나라일 수 있는 이런 국가들을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 경영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렛시에 3세 레소토 국왕을 만났고,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나우루를 포함해 투발루, 팔라우 등의 나라도 누볐다.
고물가에 경기둔화로 재고가 쌓이고 하반기 실적 타격까지 예상되는 시기에 분초를 다투는 경영진이 핵심 해외 사업장이 아닌 이 나라들을 오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2030 부산 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개최지는 내년 11월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170개국 회원사 비밀 투표로 결정된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투표권을 가진 BIE 회원국가들을 공략하기 위해 각 전담 국가를 나눴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주요 그룹들이 지지를 당부한 국가는 약 40개국에 달한다.
월드 엑스포는 하계올림픽 및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불린다. 오는 2030년 엑스포 개최 국가로 한국이 선정되면 세계에서 7번째로 3대 국제행사를 모두 치른 나라가 된다.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통해 우리는 세계적 행사의 효과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정부는 물론 주요 기업들이 발로 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거 엑스포를 개최했던 나라들은 어떤 이득을 봤을까.
가장 최근인 2020년 월드엑스포를 개최한 두바이의 경우(두바이 상의 자료) 아랍에미리트는 엑스포 개최 효과로 2021년 비석유 무역이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특히 2021년 비석유 수출은 2020년 대비 33.3%, 2019년 대비 47.3% 늘어나 신기록을 세웠다. 현지 기업의 73.5%는 엑스포 기간에 새로운 거래처와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76.5%는 사업 성장을 달성했다. 일본도 오는 2025년 오사카엑스포를 통해 새로운 전기 마련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엑스포는 막대한 산업·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아직은 부산 등 상대적으로 영남권 중심으로 관심이 형성된 모습이다. 대한상의 설문조사(6월 실시)에 따르면 월드엑스포 유치 관련해 알고 있다는 답변이 영남권은 73%에 달하는 반면 전국은 55%에 그쳤다. 현재 가장 필요한 동력은 전 국민의 관심이다. BTS가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경도 이 때문일 것이다.
최근 만난 부산엑스포 유치위 핵심 관계자도 “부산에 국한되는 로컬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로 봐 달라”고 호소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최대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자국의 무관심일 수 있다. 회원국 지지는 물론 전 국민의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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