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수양물류 협상 난항
하이트진로, 수양물류 지분 100%
공정거래법 내세워 교섭 개입 안해
대우조선 하청파업과 같은 양상
임금·처우 등 실질적 사용자성
전문가 “하이트진로 교섭의무 회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지난 17일부터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 농성 시위를 이어간 지 일주일이 다 돼 가고 있다. 화물연대가 관련 파업을 한 지도 100일이 넘었다.
화물연대와 하이트진로의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간 협상에서도 아직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좀처럼 타결되지 않는 배경에는 노조(화물연대) 측의 요구에도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하청인 수양물류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지만, 교섭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하청업체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법안을 근거로 화물연대의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아서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화물연대가 본사에 진입한 이달 17일 이후부터 노조와 사측은 매일 본사 인근 강남구 역삼지구대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화물연대와 수양물류 간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배경에는 공정거래법이 있다. 수양물류의 원청인 하이트진로는 현재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이번 협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는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서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하이트진로 측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하청과 협상에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시행령 제6조는 거래상대방의 임직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경우 자기의 지시 또는 승인을 얻게 하거나 거래상대방의 생산품목·시설규모·생산량·거래내용을 제한해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에서는 하이트진로 측의 원칙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다.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 있도록 한 공정거래법이 오히려 이번 협상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이응주 화물연대 교섭선전국장은 “사측에선 법안을 내세워 주장하고 있지만, 원청에서 나선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을 사람들은 없다”며 “수양물류의 경우 하이트진로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고, 하이트진로 대표가 수양물류 대표인 상황에서 하이트진로가 하도급법으로 계속 문제 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대상에 실질적 상대인 원청이 개입하지 않아 사태가 심각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파업 51일 만에 임금교섭에 합의한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지회와 하청업체의 사례에서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협상 개입을 거부해 사태가 길어졌다.
이와 관련, 노조와 하청 간의 협상에 원청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에도 원청이 하청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와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남석 법무법인 태원 변호사 겸 공인노무사도 “수양물류가 독립법인이란 이유로 하이트진로가 개입하지 않는 것은 교섭 의무를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며 “실질적으로 하이트진로가 수양물류의 100%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트진로가 이번 협상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CJ대한통운 파업 당시에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원청이 노조에 대한 교섭의무를 진다고 판정을 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2020년 3월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원청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인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다며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하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다.
김광훈 노무법인 신영 공인노무사도 “화물차주들은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일반 노조법에 따라서도 수양물류를 상대로 교섭을 해야 하지만, 노조 측의 주장처럼 임금, 처우에 대한 결정권 등 실질적인 사용자성이 하이트진로에 있는 것이라면 하이트진로와 상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