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는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된 ‘도박 중독’ 여부에 대해 심리 전문가들이 2년 전 사건 직후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고(故) 이대준 씨의 심리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3명 중 2명은 해경이 제공한 자료만으로는 도박 중독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전문가는 2020년 10월 쓴 자문 보고서에서 “대상자와 가족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제공 자료만으로는 도박 문제에 관한 진단 평가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도 “대상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제한된 정보를 이용해 도박 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다른 전문가는 이씨의 도박 중독 수준을 유일하게 ‘고도’로 판단했으나, “대면 조사를 통한 진술 자료가 전무해 제한적으로 심리 분석해야 하는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며 “현실 도피 목적으로 (이씨가) 월북을 선택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는 2년 전 해경이 이씨의 잦은 도박과 채무를 월북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할 때 전문가 의견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해경은 지난 2020년 10월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씨는 도박 등으로 인한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씨는 출동 전·후는 물론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으며,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 급여 압류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출동 중 동료·지인들로부터 받은 꽃게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고 당직 근무에 임했다”면서 지난해(2019년) 6월부터 실종 전날인 올해(2020년) 9월 20일까지 이씨가 인터넷 도박 계좌로 총 591회 송금(배팅)하는 등 수억원대의 인터넷 도박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전문기관을 동원해 분석한 해상 표류 예측 결과 등을 월북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해경은 1년 9개월만인 지난달 16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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