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기각된 후 다시 이혼청구 부부

일방적 비난·장기 별거에 설득 이혼도 불가능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예외 사유 인정”

대법원. [헤럴드경제 DB]
대법원.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이혼이 기각된 후, 지속적으로 상대방의 책임을 비난하고 장기간 별거 상태라면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앞선 이혼소송 종결 후에도 5년째 별거 중이고 쌍방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B씨는 혼인지속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A씨가 혼인관계를 유지하는데 상당한 고통을 토로함에도 A씨가 먼저 가출했다는 사정만을 들어 A씨를 비난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를 반복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민법상 이혼사유에는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유책배우자가 상대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해 보호와 배려를 하거나, 시간이 흘러 쌍방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이혼 청구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때 유책배우자의 성격 결함이나 언행으로 혼인관계가 악화됐더라도, 상대 배우자가 계속해 비난하고 소통을 거부하면 혼인유지를 위한 최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간주될 수 있다. 또 장기간 별거가 이어져 회복 가능성이 없고 보상과 설득으로 협의 이혼이 불가능하다면 유책성이 희석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상대 배우자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해 보호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2010년 결혼한 A씨는 2016년 첫번째 이혼 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 확정 후에도 A씨는 B씨와 5년간 별거하며 혼인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 사이 A씨는 매달 5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했고, 아파트 대출금 채무를 변제해왔다. A씨는 개별적으로 자녀를 만나려 했지만 B씨는 “집에 와서 만나라”고 요구하고, A씨가 별거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올 것을 전제했다. 그러나 A씨는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결국 2019년 다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1심과 항소심은 원고 패소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선 이혼소송 패소 후에도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고, B씨와의 혼인관계 개선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다가 다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B씨가 여전히 이혼의사가 없다는 점도 참작했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