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아남, 궁전훼미리와 통합재건축 포기

부담금 등 이견 커지자 ‘각자 재건축’ 늘어

노도강은 “대단지로 사업성 높이자” 움직임

강남은 “따로 하자” 강북은 “통합 추진”…둘로 갈린 재건축 [부동산360]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아남아파트의 모습.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맞물려 서울 내 노후 단지들이 일제히 재건축에 도전하고 있지만, 통합 재건축 문제를 두고 작은 단지들의 명암이 엇갈린 모양새다. 강남은 최근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 단지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각자 재건축에 나서고 있는 반면, 사업성 확보가 중요한 강북 지역에서는 통합 재건축이 성과를 내고 있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남아파트는 최근 인접한 궁전훼미리빌라와의 통합 재건축을 포기하고 단독 재건축을 추진키로 했다. 2개동 166가구의 소형 단지인 서초아남은 재건축 과정에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맞붙은 궁전훼미리와의 통합 재건축 논의를 나섰지만,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통합재건축 논의를 진행했으나 최근 집행부 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안다"라며 "조합원들 역시 늘어지는 통합 재건축 논의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립주택인 궁전훼미리와 아파트인 서초아남은 용적률과 입지 등의 차이가 커 분담금 부담 문제가 협상 초기부터 걸림돌이 됐다. 서초구의 한 공인 대표는 “통합 재건축도 용적률과 분담금이 맞아야 진행할 수 있는데, 애초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통합 재건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라며 “게다가 강남 지역 특성상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단독 재건축을 하더라도 사업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같은 서초구의 신반포20차와 한신타운은 올해 초까지 통합 재건축 논의를 진행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두 단지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달랐던 데다가 용적률 역시 차이가 커 사업비 분담 문제를 조율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재건축은 크기를 키울수록 사업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용적률 170%인 신반포20차와 245%에 달하는 한신타운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논의가 계속되면 오히려 통합재건축의 장점은 사라지고 사업 속도만 늦어지니 개별 재건축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근 재건축 조합 설립이 계속되고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는 통합 재건축 논의에 불이 붙었다.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한신 1·2·3차는 최근 통합 재건축 추진위를 만들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세 단지를 합쳐 1239가구에 달하는 상계한신은 단지마다 용적률이 다르지만 단지가 인접해 통합 재건축을 할 경우 사업성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지난달 통합 재건축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라며 “사업 속도 역시 발을 맞춰 최근 1차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모든 단지가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앞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통합 재건축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변 시세도 한 몫 했다. 주요 단지들이 일제히 재건축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상계한신 역시 최근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늘고 있는데, 통합재건축으로 사업성을 높여 단지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노원구의 한공인 대표는 “최근 거래가 끊기며 매물 가격이 일부 떨어진 단지들이 많은데 통합 재건축을 하면 대단지로 탈바꿈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매수 문의도 늘어나게 된다”라며 “사업이 좀 더 가시적 성과를 내면 주변 소형 단지들과 가격 차이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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