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한양1차 63㎡ 30.7억 신고가 거래
압구정 지구 비싸고 매물 귀해 손바뀜 적은데
거래됐다 하면 신고가 경신할 정도로 오름세
“거래 침체 장기화 속에서도 가격 상승 주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출규제 영향권 밖인 고가 아파트의 경우 금리 인상과 사실상 무관한 데다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해 가격이 꺾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전용면적 63㎡는 지난 2일 3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27억9000원에 매매된 지 10개월 만에 2억8000만원 오른 신고가로 20평대로는 처음으로 30억원을 돌파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는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워낙 고가에 매물 자체가 귀한 데다 실거주 요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까지 있어 손바뀜이 잦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거래가 체결됐다 하면 신고가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가격 오름세는 뚜렷하다.
실제 이번 거래도 총 936가구 규모의 단지에서 올해 체결된 두 번째 매매였는데 앞선 사례도 신고가 거래였다. 같은 아파트 전용 49㎡는 지난 3월 24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11개월 전인 지난해 4월(21억5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 오른 역대 최고가였다.
한양1차가 포함돼 있는 압구정5구역과 인근 2·3·4구역은 지난해 2월과 4월 연이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주택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조정 국면에 사실상 돌입했지만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강남권, 특히 재건축 호재가 있는 단지에선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지난 5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이후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면서도 “강남은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오름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2차 전용 131㎡는 지난 2일 47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고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 전용 151㎡도 지난달 2일 11개월 만에 2억2000만원 오른 2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가격이 1억~2억원 가량 조정 가능한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견고했던 매도자 우위 시장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지만 실거래가 대비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는 구조상 거래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인근 중개업계는 전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도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대출규제나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권에 해당하지 않아 가격이 조정되지 않고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속도 조절이 이어지면 다소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