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사고액, 2019년 전체 금액 수준

HUG, 집주인 대신 갚아준 돈 3000억원 육박

전세피해 예방·지원 대책도 조만간 발표될 듯

“집 주인 나빠요”…올해 떼먹은 전세금 벌써 3400억원, ‘역대 최대’ [부동산360]
서울 강남구에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올해 상반기 집주인이 전세계약 만료 후 세입자에게 제때 돌려주지 않은 전세보증금이 34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연간 기록도 사상 최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넘어서는, 이른바 ‘깡통전세’ 현상까지 목격되고 있어 전세보증금 사고의 급증이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5일 헤럴드경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1595건, 사고금액은 34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집주인이 계약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뒤 추후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올해 상반기 사고금액은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2019년 전체 사고금액(3442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512억원)과 비교하면 35.8% 늘었고, 연간 최대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전체 금액(5790억원)의 58.8%에 달한다. 연말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 연간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고금액은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지난해 5790억원이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생기는 피해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HUG와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SGI서울보증에 접수된 사고를 포함하면 사고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공적 재원으로 돌려준 전세보증금도 3000억원에 육박했다.

올해 상반기 대위변제 대상은 1360가구, 금액은 2946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보증사고 접수 후 보증이행심사 등을 거쳐 대위변제가 이뤄지기에 사고금액과 대위변제액은 차이가 있다. HUG의 대위변제액 역시 2016년 26억원,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6억원, 2020년 4415억원, 지난해 5040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HUG 서울북부관리센터를 방문해 최근 몇 년간 전세시장 불안과 보증제도를 악용한 다주택 악성 채무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속한 시일 내 전세 피해 예방·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관련 대책에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범위를 확대하고 보증료 부담을 낮춰 가입률을 높이는 등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이와 함께 “악성 임대인 공개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반환하지 않고 버티는 임대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법안(김상훈 의원안·소병훈 의원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