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천사무료급식소 가보니

“2만원이었던 양파, 최근 2만6000원까지 올라”

“반찬 가지 수 줄어들까 걱정”

“음식 줄어들수록 취약층 건강에 치명타” 우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음식을 배급받은 이들이 식사하고 있다. 김영철 기자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음식을 배급받은 이들이 식사하고 있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화요일(21일)에 불자님께서 시래기를 후원하지 않으셨다면 오늘 반찬은 두 개만 나올 뻔했어요.”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일하는 강소윤(55) 총무는 최근 식자재값이 오르면서 연일 한숨을 내쉬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금요일이었던 지난 24일 진행된 무료급식에서 반찬 가지 수를 3가지로 맞출 순 있었다. 하지만 언제 또 반찬이 줄어들지 알 수 없어 강 총무는 걱정스럽기만 하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사회 각 계층에 이로 인한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 값이 오르면서 취약계층에게 한끼 식사를 대접하는 무료급식소의 사정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급식소의 경우 식재료비가 대폭 올랐다. 취약계층 어르신의 밥상이 점점 부실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배급한 식단(오른쪽). 고영배 원각사 무료급식소 사무국장은 "지난달 15일 배급한 음식(왼쪽)에 비해 점점 반찬 가지 수가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영철 기자·[원각사 무료급식소 제공]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배급한 식단(오른쪽). 고영배 원각사 무료급식소 사무국장은 "지난달 15일 배급한 음식(왼쪽)에 비해 점점 반찬 가지 수가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영철 기자·[원각사 무료급식소 제공]

지난 24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경우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약 1시간 동안 100여명의 노인이 한끼를 해결하고 있었다. 이날 급식소에서 나온 음식은 다진 고기, 김치, 시래기볶음, 오이냉국 등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이들은 후식으로 빵과 떡을 받았다.

처음에는 급식소 앞에서 30여명이 대기했지만 5분 간격으로 새로운 10여명의 다시 줄을 서 대기인원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이 같은 광경을 보던 급식소 자원봉사자인 서진우(52) 씨는 “곧 있으면 밥이 동날 텐데”라며 걱정했다. 서씨는 “이곳에 찾아오는 어르신 대부분 이곳에서 먹는 점심으로 하루 한끼를 해결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하고 싶은데 물가가 오르면서 급식소도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고영배 원각사 무료급식소 사무국장은 “최근 들어 식자재 가격이 최대 30%까지 오른 것 같다”며 “2만원이던 양파 가격도 30%나 올라 현재는 한 망에 2만6000원에 구매해야 한다”며 “수입 김치가 그나마 국산보다 저렴해 자주 구매했는데 이마저도 1만1000원 하던 한 박스(10㎏)짜리를 요즘엔 1만7000원에 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월부턴 밀가루와 설탕 값도 오른다고 하는데 앞으로가 막막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5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천사무료급식소 종로지부 앞에서 도시락을 받으러 온 노인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철 기자
지난 25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천사무료급식소 종로지부 앞에서 도시락을 받으러 온 노인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철 기자

고물가로 인해 무료급식소 사정이 나빠진 건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이튿날이자 주말인 지난 25일 본지가 찾아간 사단법인 한국나눔연맹 전국천사무료급식소 종로지부. 오전 8시부터 급식소 앞에는 이미 30여명의 어르신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급식소는 각각 돼지불고기와 밥이 들어 있는 도시락 한 개와 물통 한 병을 나눠주고 있었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나눔연맹 천사무료급식소 종로지부에서 취약계층에게 나눠주기 위해 도시락과 물, 마스크 등을 비치해 놓고 있다. 김영철 기자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나눔연맹 천사무료급식소 종로지부에서 취약계층에게 나눠주기 위해 도시락과 물, 마스크 등을 비치해 놓고 있다. 김영철 기자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나눔연맹 천사무료급식소 종로지부에서 취약 계층에게 나눠주기 위해 비치해놓은 도시락. 김영철 기자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나눔연맹 천사무료급식소 종로지부에서 취약 계층에게 나눠주기 위해 비치해놓은 도시락. 김영철 기자

같은 날 총 350인분의 도시락을 준비했지만 등록된 취약계층 회원만 380명을 초과해 음식이 부족했다는 게 급식소 측의 전언이다 . 이 급식소의 조모 대리는 “고기가 들어 있는 도시락이 주말에 오는 편이어서 평일보다 더 많은 어르신이 급식소로 몰려온다”며 “오늘(25일) 도시락도 아마 동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대리는 “도시락으로 제공해 반찬 가지 수가 줄어드는 일은 없지만 노년층에게 제공하는 음식량은 줄어든 편”이라며 “가령 6월 초까지는 물과 함께 매실 등 과일음료도 줬지만 이마저도 줄어 물 한 병을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나눔연맹 관계자도 “아무래도 기존보다 물가가 올라 어르신들에게 영양가 있는 한끼 식사를 대접하는 게 점차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얼마 전 물 대신 다시 음료로 바꾸려고 했는데 캔값이 올랐다. 30개 들이 한 박스가 7500원 하다 8000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식자잿값 인상으로 반찬 가지 수가 줄어들거나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지 못하는 상황이 취약계층의 건강에 직격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애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으로 오른 식품 가격은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노령으로 소화불량 등 다양한 질병을 안고 있는 이들일수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반찬 가지 수 등 다양한 음식을 제공받을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