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매매수급지수 6주연속 하락
집 팔 사람만 더 많아지는 주택시장
금융시장 불안심리에…매수세 위축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 더 줄어들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매수급지수도 6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미국발 금융불안과 고물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시장에는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만 더 많아지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8로 지난 3월 셋째 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올해 3월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감 속에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꺾이기 시작해 6주 연속 내렸다.
고물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은행의 ‘빅스텝’(0.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불안 심리가 확산하며 매수세도 위축된 모습이다.
서울 주요 권역의 매매수급지수는 일제히 전주보다 하락했다. 은평·서대문·마포구의 서북권(82.8)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포함된 동북권(84.3)과 용산·종로구 등이 있는 도심권(88.4)도 90 이하에 머물렀다. 양천·영등포구 등이 있는 서남권(91.7), 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동남권(94.5)도 전주보다 더 내려 90에 가까워졌다.
경기는 91.6으로 전주(91.7)보다 소폭 내렸고, 인천(92.3)은 전주와 동일한 수치를 나타냈다. 지방도 전주 96.0에서 이번 주 95.8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3.4로 전주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하며 지난주(-0.01%)보다 낙폭이 커졌다. 일부 지역은 매물이 적체되고 있지만, 고물가와 금리 부담 등의 위기감으로 극소수의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면서 하락폭도 커졌다는 게 부동산원의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150건으로 한 달 전보다 8.6% 늘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패닉바잉’이나 ‘영끌’ 등으로 거래가 활발했던 서울 외곽지역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만으로 그 가치가 미리 가격에 반영되며 급등한 일부 경기지역은 조정 장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