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근무 고양시 보건소 업무대행 의사 ‘계약 종료 통보’ 논란
“임기제 전환 안 지켜져”…주민 “코로나 방역 의료진에 도의적 행동 아냐”
대면진료 재개되는데 고양시만 집단 해고로 취약계층 의료공백 우려
[헤럴드경제(고양)=박세환 기자] 경기 고양시 보건소들이 10년 안팎 근무한 업무대행 의사들을 무더기로 계약 종료 통보를 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의사들은 단순 계약 만료 통보가 아닌 사실상 ‘집단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대면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방역 최일선 현장을 지켰기에 ‘진료 성과가 없다’는 계약 종료 이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주민들은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한 의료진을 매몰차게 내쫓는 행태를 두고 도의적 책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0년 일한 직장서 떠나라…“사실상 집단해고”=16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시 산하 덕양구·일산동구·일산서구 보건소 등 3개 보건소에서 ‘지역 보건의료 사업에 대한 업무 대행 계약’을 맺고 활동해온 업무대행 의사 5명이 지난 달 3일 정당한 사유없이 집단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한의사 A씨는 “10년을 근무했는데 정당한 이유나 상황 설명 등은 전혀 없이 계약 기간이 만료됐으니 나가달라고만 한다”면서 “보건소장 등과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고 집단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개별 면담에서는 ‘이해해달라’는 말만하고 납득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고양시 조례 제7조에 따르면 ‘의료업무 대행계약은 최초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되, 의료업무대행자의 업무실적이 우수하고 지역보건의료사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료업무대행자와 협의해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고양시가 일방적으로 의료업무 대행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실적 등을 평가해 합리적으로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계약종료’ 통보를 받은 의사들은 그동안 업무실적 평가 후 매년 갱신계약을 체결해 9~14년동안 계속 근무해왔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계약 종료’ 결정은 단순한 계약 만료에 따른 해지 통보가 아닌 사실상 집단 해고를 당한 셈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선고 93다17843 판결)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그 기간의 갱신이 반복돼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에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본다고 했다. A씨는 “어떤 이유도 설명하지 않는 일방적인 계약 종료는 부당 해고”라고 억울해 했다.
고양시 보건소 관계자는 “업무대행 의사의 한방·치과진료 사업을 종료하기 때문에 해당 의사들에 대한 계약 종료 통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무대행 의사의 계약 당사자가 고양시장인 만큼 보건소의 이 같은 결정은 시 인사팀과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어떤 협의도 없이 보건소 단독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제 공무원 전환 합의는 온데 간데 없고 핑계만 무성= 이들 의사는 2018년 11월 보건소 행정팀장과의 간담회에서 2019년 6월까지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전환할 것이라는 약속도 받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공무원처럼 상시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대행 의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권고하고 그 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 등은 보건소 업무대행 의사들을 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한 바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당시 업무대행 의사에 대해 시간 선택제 임기제 전환을 추진했지만, 임기제 인건비 예산 등의 문제로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임기제 전환이 안 됐다”고 했다.
또다른 시 관계자는 “이번에 업무대행 의사의 한방·치과진료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임기제 공무원을 통한 한방·치과진료 사업 등을 다시 검토 중”이라며 “지방정부 교체시기라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한 일산동구의 한 주민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생한 의료진을 향해 ‘덕분에 챌린지’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나몰라라 내쫓는 것은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소득층·노년층 등 취약계층 의료 공백 우려=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치과의사 B씨는 “논란 전후로 계약 종료 사유가 달라지고 있다”며 “처음에는 앞으로 감염병 대응을 위한 조직개편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었다가 논란 이후 ‘1년간 진료 성과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속에서 대면진료가 불가능해지면서 보건소의 지시에 따라 해외입국자 선별검사, 선별진료소 근무, 역학조사 등의 업무를 주·야간, 주말까지 진행했다”면서 “업무대행이라는 사업자 신분 때문에 휴가나 포상금 등 여러 차별을 받아왔는데 성과까지 없다고 계약 종료한다니 정말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고양시가 주장하는 ‘업무대행 의사의 한방·치과진료 사업 종료’에도 문제가 많다. 지역보건법상 인구가 50만명 이상인 시에 소속된 보건소는 치과의사 1명, 한의사 1명 이상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업무대행 의사 모집 또는 임기제 공무원 모집 없이 기존 의사들과의 계약을 종료하면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
B씨는 “보건소를 이용하는 이들이 저소득층이나 미취학 아동, 노년층 등인데 피해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관련 사업에 대한 향후 운영계획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gre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