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이사람 - 김범기 태평양 변호사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폐지 2년 4개월 만에 부활했다. 검찰이 조직 재정비를 시작하면서 로펌의 금융·증권사건 전문가들 역시 더 분주해졌다. 검사 시절 금융·증권범죄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 2차장으로 합수단을 지휘했던 김범기(54·사법연수원 26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검사 시절 다양한 경험이 변호사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과 금융 당국 출신 전문가로 구성된 태평양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조사 TF(태스크포스)에서 활약 중인 김 변호사를 최근 서울 종로구 태평양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변호사의 이력을 되짚어보면 금융 유관기관 파견이나 관련 부서 근무 인연이 많았다. 검사로는 드물게 두 차례 금융위원회 파견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초임 때 광주지검 조사부에 근무하면서 사기 대출 관련 금융사건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그 뒤로 접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며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를 거쳐 금융위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을 다녀오면서 관련 업무 기회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법률자문관으로 재직하면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으로 위촉되고,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경험은 김 변호사의 자산이 됐다. 금융·증권사건 조사 단계상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조사심의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검찰 고발이 이뤄지는데, 파견 경험을 통해 사건 이해의 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 다음다음 차례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 근무했던 이가 지난달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기용된 양석조 검사장이라고 한다.

수사 능력을 인정받던 검사들의 이름을 거론할 때 특정 사건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듯 김 변호사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시절 맡았던 ‘모뉴엘 사건’이 여전히 회자된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가 서울세관이 맡았던 고발 사안을 지휘하던 사건이었으나, 검찰 지휘부의 결정으로 김 변호사가 이끄는 금융조세조사2부가 수사를 맡았다. 김 변호사는 “당시 3차장께서 두 달의 수사 기간을 줄 테니 모든 의혹을 밝히라고 하셨다”며 “4개 검사실을 풀가동하면서 검사들과 수사관들의 헌신으로 정말로 두 달 만에 사건을 완결했다”고 했다. 가전업체 모뉴엘이 매출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금융기관들에게 대규모 사기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이 사건은, 사기 대출 금액이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금융범죄였다. 김 변호사는 “유사하게 재범되는 사건들이 없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렸던 것 같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와 변호사의 업무에 유사한 점이 많다고 했다. 흔히 검찰을 칼 혹은 창, 변호인을 방패로 표현하지만 수사 단계를 넘어 공판 단계에서는 변호인도 검사 못지않게 공세의 주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할 때에는 검사가 창이 맞고 변호인이 방어 논리를 내는 건 방패의 측면이 있다”며 “이후 기소가 되면 검찰의 무기는 노출이 되고 이제 그걸 바탕으로 변호인들이 약한 고리를 어떻게 치고 나갈 것인지 고민하면서 검사가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무기를 꺼낼 수도 있기 때문에 공방이 이뤄진다”고 했다. 이어 “요즘 들어선 과거에 비해 공판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9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검사로 임관한 김 변호사는 어느덧 법조 경력 25년을 넘겼다. 사무실 벽 가운데 걸린 검찰 사직인사 기념판에 적힌 옛 동료들 수백 명의 인사 메모에 그 세월이 담겼다. 하지만 이제 로펌 생활 1년 반을 보낸 김 변호사는 “변호사로선 새내기라고 생각한다”며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경험해야 할 분야도 많다”며 “법치란 측면에서 사회에 기여가 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대용·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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